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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성패의 갈림길에 선 베트남 코로나19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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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강력한 봉쇄로 초기대응에 성공 평가…한국과 마찰 빚기도

유럽발 환자 유입과 병원 집단감염으로 위기…"아직 게임 안 끝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베트남의 대응을 놓고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베트남이 초기대응에 성공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먼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신속한 통제로 감염자 유입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항 노선 차단에 이어 한때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히 폐쇄해 육상 물류에 차질이 발생할 정도로 철저한 사전 차단에 나섰다.

잠시 위기도 있었다. 지난 1월 17일 우한에서 교육을 마치고 귀국한 베트남 북부 빈푹성의 한 일본 업체 직원 6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중 한 직원의 고향마을에서 확진자가 속출해 2월 13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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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봉쇄됐던 베트남 선로이 지역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러자 베트남 당국은 곧바로 주민 1만명가량인 해당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중국 이외 국가에서 대규모 거주지를 봉쇄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또 접촉자들을 신속하게 추적해 자가 또는 병원에 철저하게 격리, 추가 감염자 발생을 막았다. 2월 25일에는 확진자 전원이 완치됐다.

박기동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장은 "베트남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후 전염병 역학조사 인력 양성, 실험 및 치료 능력 강화,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 마련 등을 10년 이상 꾸준히 준비해왔다"면서 "그런 장기 투자 덕분에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국경을 닫는 것만으로는 전염병을 막을 수 없고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의심 환자나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해서 잘 치료하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적 확진자가 230명을 넘어선 베트남에서 지금까지 75명이 완쾌됐고,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베트남의 다음 차단 대상은 한국이었다.

지난 2월 중하순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베트남 당국은 2월 24일 이 지역에서 온 사람을 모두 시설에 격리하기로 결정하고 입국 제한과 격리, 한국발 여객기의 주요 공항 착륙 불허 등 차단 수위를 계속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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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이 격리됐던 하노이 외곽 군부대 기숙사
[독자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이 과정에 사전 예고 없이 대구·경북발 한국인 관광객을 강제로 병원에 격리했다가 한국 외교부의 항의를 받았고, 2월 29일에는 인천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후 하노이 착륙 불허를 통보해 아시아나 여객기가 긴급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지나치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현지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한국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대구를 방문한 뒤 지난달 4일 귀국한 베트남 남성 1명이 유일하다. 한국인 확진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제2차 위기는 유럽발 입국자로부터 시작됐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한 베트남 여성이 지난달 2일 이탈리아 등을 방문한 사실을 숨긴 채 귀국한 뒤 4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이 여성과 관련해 집단감염자가 20명에 달했다.

이때도 당국이 신속하게 접촉자를 찾아 격리한 덕분에 추가 확산은 없었다. 또 입국 제한 대상 국가 확대와 강도 높은 격리 조치를 통해 감염자 유입을 차단했다. 베트남은 현재 모든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의 입국을 사실상 막고 있으며, 지난달 8일 이후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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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속출한 베트남 박마이 병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런 와중에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의 한 바와 수도 하노이에 있는 최대 종합병원인 박마이 병원과 관련한 집단감염이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호찌민 바에서는 지난달 14일 코로나19 감염자를 포함해 200여명이 참가한 파티가 열려 지금까지 2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고,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하루에도 수천 명이 이용하는 박마이 병원과 관련한 집단감염자는 40명을 넘어선 가운데 최초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전체 누적 확진자는 230명을 넘어섰다.

베트남 당국이 지난 1일부터 보름간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고,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이 모이지 않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들어간 이유다.

입국을 완전히 봉쇄한 가운데 박마이 병원 등 주요 감염원 2곳과 관련한 집단감염을 어느 수준에서 멈출 수 있느냐에 따라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응 성적표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소장은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베트남은 현재 코로나19 대응 성패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 그나마 이 정도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독일의 한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베트남 국민의 62%가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응답해 조사 대상 45개 국가 및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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