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4명에 성착취물 강요
‘갓갓’으로 추정되는 공범에게 가학적 성착취 영상제작 주문까지
이전에도 두차례 유사범죄 전과
최고 22년6개월 선고 가능하지만 재판부, 피해자쪽 엄벌요구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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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엔(n)번방’의 시초로 알려진 ‘갓갓’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성착취 영상 제작을 의뢰하고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170개나 제작한 30대 남성이 최근 법원에서 징역 3년의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아무개(37)씨의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2016년 7월부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인 10대 ㄱ씨에게 88개의 성착취 영상을 요구해 제작했다. 김씨가 이런 방식으로 4명의 10대 피해자들을 강요해 만든 성착취 영상은 170개다. 또한 김씨는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며 이 장면을 촬영했고,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도 1만7962개나 소지했다.
김씨는 특히 지난해 3월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공범에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착취 영상의 주문 제작을 부탁했다. 김씨는 판결문에 공범으로 적시된 인물에게 가학적인 특정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에는 “근처에 혹시 화장실 있으면 또 그런 데서 해주면 더 좋고요”, “제 부탁 들어주시면 만원씩 용돈도 꼭 놔두고 갈게요. 저번처럼”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공범은 평소 자신이 협박하고 있던 10대 초반의 미성년자에게 김씨가 주문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성착취 영상 2개를 촬영했다. 경찰은 이 공범이 ‘갓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추적한 ‘불꽃추적단’이 <한겨레>에 제공한 과거 엔번방 자료를 보면, 김씨가 ‘갓갓’으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주문한 것과 유사한 영상이 대화방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다. 또 수사 기록에는 ‘수사보고: 음란물 유포자와 김○○의 텔레그램 대화에 대하여’ 등 김씨가 트위터나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텔레그램을 사용해 공범들과 대화를 나눈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갓갓’은 검거된 ‘박사’, ‘감시자’(와치맨) 등과 함께 텔레그램 엔번방 3대 주요 피의자로 꼽힌다.
김씨의 범죄는 2년6개월에서 22년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앞서 2차례에 걸쳐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고 수사 과정에서 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김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선고가 가능한 가장 가벼운 징역형인 2년6개월에서 고작 6개월 더 많은 형량을 선고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장차 치료를 받아 왜곡된 성적 충동을 고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으로 처벌받은 범죄 전력이 없다.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도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적었다. 이 판결은 올해 2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김씨의 판결문을 살펴본 이호영 변호사는 “최소 6년형은 나와야 한다. 동종범죄도 있었고 피해자 합의도 안 됐고 단순 유포자도 아닌데 3년형은 너무 가볍다. 처벌은 범죄의 응징 목적과 더불어 다른 사람이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효과도 지닌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이수연 변호사도 “죄질이 나쁜데도 처단형의 최하한인 2년6개월에 가까운 선고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배지현 정환봉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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