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밍 저등급 원유 0달러 아래서 거래
저장고 포화 와중에 원유 수요 급감 덮쳐
러 맞서 증산 나선 사우디, 치킨게임 시작
코로나發 이동제한…유가 더 떨어뜨릴듯
석유산업 위기 봉착…침체 가속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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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가가 금리처럼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게 가능할까.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방아쇠를 당긴 유가전쟁 발발 이후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한 관측이 현실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는 급감한 반면 석유 패권을 둘러싼 치킨게임으로 생산은 오히려 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저장고를 비우기 위해 돈을 주고 원유를 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가격이 싼 일부 저등급 원유에서 발생한 현상이지만 증산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 폭락은 정치·경제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비견할 만한 메가톤급 이슈다. 전례 없는 실물경제 위기와 함께 초저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함께 찾아오는 디플레이션이 전세계를 덮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저등급 유종 이틀째 0달러 아래서 거래
이외에 와이오밍 고등급 원유(Eastern Wyoming Sweet·9.62달러)와 콜로라도 원유(North East Colorado·9.45달러) 등은 한자리수 가격을 기록했다.
이런 기현상은 상식을 깬 악재들이 줄줄이 겹친 탓이다. 가장 큰 원인은 국제정치 불균형이 빚어낸 공급 과잉이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수급 균형을 위해 감산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우디도 증산 강공 태세로 갑자기 전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인 사우디는 이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1230만배럴로 늘린다. 2월 대비 30% 가까이 증산했다.
사우디는 “증산을 멈춰달라”는 미국의 요청마저 거부했다. 유가의 추가 폭락은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줄도산을 유발할 수 있다. 에너지업계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힌다. 사우디로서는 최대 우방국인 미국을 궁지로 몰더라도 석유 패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탄화수소(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화합물) 시대의 끝자락에 산유국들이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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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한자릿수 추가 폭락 가능성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까지 덮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정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세계 원유 수요는 최대 25% 감소했다. 하루 원유 수요가 평균 1억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2500만배럴은 팔리지 않고 쌓이고 있다는 계산이다.
OPEC 등에 따르면 원유 수요 중 육상(45%), 항공(7%), 해상(2%) 등 절반 이상은 이동과 관련한 것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소비대국인 미국은 이번달 말까지 봉쇄령을 연장했다. 기름이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은 세상인데, 가격이 급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로버트 퍼킨스 S&P 글로벌플래츠 연구원은 5월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2달러로 전망하면서도 “얼마든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수요가 높은 3대 원유가 이 정도 수준이면, 나머지 유종은 대부분 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산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초저유가가 길어지면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락하면서 소비 감소→생산 감소→소득 감소→소비 감소의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과도한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융 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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