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코로나와 싸우는 와중에
프랑스언론 '단독'달고 만우절 보도
"문재인 대통령·박원순 시장과도 협의"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르푸앙(Le Point)’은 1일 ‘단독-2020 투르 드 프랑스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가짜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에 걸었다. 투르 드 프랑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사이클 대회로 올해 6~7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 르푸앙은 기사에서 “대회 개최국인 프랑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외국에 문을 걸어 잠그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사태가 잘 억제된 한국이 새 개최국으로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31일 현재 프랑스 확진자는 5만2000명으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사망자도 3500명을 넘어 중국(3300여명)보다 많다.
기사는 대회 조직위원회인 ASO(아마우리 스포츠기구)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의했다고 썼다. 기사는 만우절 장난인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기사 하단에 ‘즐거운 만우절 되시길’이란 문구를 붙이긴 했다. 국내의 한 프랑스어학원은 이 기사를 진짜 뉴스로 오인하고 자사 홈페이지의 ‘프랑스 뉴스’ 게시판에 소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유력 시사주간지 '르푸앙(Le Point)'이 만우절인 1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가짜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세계적인 사이클대회 개최국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르푸앙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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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마다 쏟아지는 가짜뉴스는 서구권 언론의 전통처럼 여겨졌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미 CNN은 1일 “만우절 장난? 제발, 올해는 하지 말아달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 몇주간 끔찍한 장난에 시달리는 것처럼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모르느냐”고 했다. 미 포린어페어스, 영 가디언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코로나 사태 속 가짜 뉴스의 위협’에 대한 기사를 냈다.
글로벌 기업들도 올해는 만우절 장난 이벤트를 자제하는 모양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로 올해 만우절 전통은 지키지 않겠다”며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구글은 매년 4월 1일 선보이던 만우절 특별 페이지를 올해는 선보이지 않았다.
코로나와 싸우는 세계 각국은 올해 만우절 가짜 뉴스를 강력 처벌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만우절 전날 페이스북에 “만우절에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코로나 관련 농담은 해선 안 된다”고 썼다. 대만은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최고 징역 3년형과 300만 대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아닐 데슈무크 내무부 장관은 “주 정부는 코로나 관련 유언비어나 공포를 퍼뜨리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트위터에 “만우절에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불법으로 처벌 대상”이라 공지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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