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IT 수요 증가는 일회성 그칠 듯
올해 수출 반등 전망치 실현도 불투명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출 부진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연말 바닥을 찍고 올해는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정부는 지난해말 올해 수출 증가 전망치를 3%로 잡았다. 지난해 연간 수출규모(5422억달러)보다 162억6600만달러가량 올해 수출이 늘어나 연간 5584억6600만달러의 수출이 달성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는 이 전망치를 아직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 코로나 19 확산으로 국경의 빗장을 잠그는 상황이어서 4월 이후의 수출 전망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저유가 상황까지 수출 환경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수출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는 ‘질(質)적 개선’에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컨테이너 장치장. / 김동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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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소 2분기(4~6월)까지 수출 지표가 악화일로를 향해 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세계 각국의 수출 수요와 생산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수출의 1, 2월 실적을 합해서 계산하면 전년동기보다 평균 0.9%정도 감소한 수준인데 이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며 "이전에 계약해 놓은 물량 등으로 수출이 어느 정도는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인데 4월부터는 마이너스 폭이 점점 크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3월 중순 전까지는 중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만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는 상황이었는데 3월 중순부터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 본격적으로 전염병이 퍼졌고 이런 영향은 4월 이후의 국내 수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상태기 때문에 수출이든 수입이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최소 1~2개월인 4, 5월 수출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수출의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산유국의 증산 치킨게임으로 올해 초 배럴 당 60달러 전후였던 국제 유가는 현재는 20달러 안팎으로 급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은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단가를 떨어뜨리고 건설, 조선, 중공업 업계의 수주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전세계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일 것이고 수출도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유가하락으로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이게 장기적으로 국내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量적인 수출 증가보다는 質적 개선 추구해야"
전문가들은 ‘수출 반등’을 전제로 만든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이동 자체를 제한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체가 상반기 중 마이너스로 갈 수 있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출 회복 시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면서 "수출 규모를 늘리는 대책보다는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게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몇몇 주력 품목에만 의존하는 수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반도체 중심 수출구조’로는 수출을 통한 고용 확대, 경제활력 회복 등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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