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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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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만 있으면 총선 공천" 대한민국 선거법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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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유효송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5회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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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 없는 안심투표소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전북선관위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소 방문을 불안해하는 유권자를 위한 안심투표소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2020.3.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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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막는 선거법, 누굴 위한 것일까?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해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법 58조2항)

하라는 것일까, 말라는 것일까.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후보자 가족, 선거운동원, 유권자 모두 혼란스럽다. 선거 기간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를 알아채기란 사기꾼과 ‘정치 일꾼’을 구별하는 것만큼 어렵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5 총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내일(2일)부터 13일간이다 . 그동안 예비후보 기간엔 예비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4월2일부터는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물론이고 일정 규모의 선거운동원을 둘 수 있다. 또 차량과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전화로 지지를 유도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하철 개찰구 하나를 두고 공직선거법의 판단은 엇갈린다. 개찰구 안 선거운동은 금지되나 밖에선 허용된다.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원칙 하에선 이같은 단서 조항이 줄줄이 달리는 것은 필연이다. 단서의 단서 조항도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연을 경계하는 기성 정치권은 ‘복지부동’이다.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놓인 ‘타락한 진영의식’은 오히려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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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이 가로막는 정치신인의 등판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 120일 이전엔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된다. 정치 신인들은 손과 발, 입이 모두 묶인다.

현역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은 지역을 누비지만 출마를 꿈꾸는 신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텃밭 가꾸기부터 다르니 상향식 공천은 이상일 뿐이다. 선거법이 ‘줄서기 공천’을 부추긴다.

이분법,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부술, 민심의 반란은 영화 속에만 존재한다. 과열 금지가 사전선거운동 제한의 명분인데 기득권의 벽만 단단히 만들고 있는 셈이다.

선거운동을 정의한 건 공직선거법 58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하는데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예외 조항이다. 공직선거법이나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해 금지나 제한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고 예외로 뒀다. 선거기간 의사 표현을 하면서도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이 법은 물론 관련법까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도 규정한다. 같은법 58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면서도 △호별 방문 △사전투표소나 투표소부터 100미터 안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뒀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59조와 254조가 더해진다. 58조와 선거운동 기간 등을 규정한 59조, 처벌 조항인 254조 등을 종합하면 투표 마감 전까지 이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거운동을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 기간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자연스레 정당과 언론 등의 일방적 메시지만 듣게 된다. 타락한 진영 의식의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 문법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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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에 발 묶인 ‘후보자’들…멀어지는 유권자

직접 선거에 뛰는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자 A씨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모 시청 내 사무실 10곳을 방문해 명함을 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호별방문 금지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대법원은 “그가 방문한 시청 내 사무실은 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해 개방된 장소나 공간이라고 할 수 없어 호별방문금지가 적용되는 ‘호’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국회에서 ‘관공서 등 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을 호별방문 제한 장소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후보자 B씨 관계자들은 2016년 3월 한 지하철역에서 유권자들에게 B씨 명함을 돌리다 검찰에 기소됐다. 과거 공직선거법 60조3항은 예비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 금지지역으로 ‘지하철역 구내’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7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개찰구 안으로 금지지역을 축소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이 선거 기간 공직선거법이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후보자와 유권자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후보자와 유권자 간 접촉면이 넓어야 판단 근거가 생긴다”면서 “유권자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당하고 후보자도 못 만나니, 제한적 선택의 결과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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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 부추긴 法… 또 '보스공천’

“대한민국 선거법은 돈과 말과 발을 다 묶고 빽만 키운다. 당대표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사석에서 하는 얘기다.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보면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하는 것을 금한다’고 나온다.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여야, ‘보스 공천’의 역사, 이번에도…

유권자 입장에선 선거를 앞두고 등장한 새 인물이 생뚱맞다. 정치꾼, 선거 철새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 신인이 유권자를 만날 시·공간이 제약된 현실 때문이다. 공천 과정부터 지역 유권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당 지도부가 고른 후보에 투표하는 게 당연시된다. 메뉴판을 국민이 만들지 못한다. 인지도·적합도 조사, 국민 선거인단 등 장치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인기 투표 수준에 머문다.

그마저도 강성·열성 지지층 목소리에 좌우된다. 득점 포인트를 알게 되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합리적·생산적 대안보다 맹목적 비난을 쫓게 된다. 기존의 타락한 진영의식은 이렇게 퍼진다.

공천의 최종 권한은 당 지도부의 몫이다. 후보자는 장기판의 돌에 불과하다. 당 지도부가 택하지 않으면 경선 기회조차 받을 수 없다. 당은 획일화된다.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진다.

진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도 한목소리만 강요한다. 소장파·소신파 등이 점차 사라지는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궤변을 모른 채 하는 게 생존법칙이 된다.

총선을 앞둔 양정당의 공천 과정도 그렇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시스템 공천’을 선언하고 공정한 공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평가는 싸늘하다.

민주당은 지난 1월20~28일 전국 253개 지역구에 대한 후보자 공모를 실시하고 전략 지역 15곳과 대구서구 등 공모 미신청 지역 4곳을 제외한 234곳의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한달 후 전국 87곳에 대한 대규모 추가 공모를 실시하면서 일부 후보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또 당초 ‘전략 공천’이나 ‘인위적 물갈이’는 최소화한다는 기존 방침과 달리 적잖게 내려 꽂았다.

미래통합당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 공천을 둘러싼 내홍을 겪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당 지도부가 뒤집은 것만 해도 수차례다. 지도부가 ‘조율’이라는 명분 하에 판을 흔들었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과정의 ‘한선교 난 ’도 공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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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유권자 간 접촉면 제한 없이 넓혀야”

현행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거 운동 및 기간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제한한 공직선거법 58, 59, 254조가 대상이다.

‘칼로 두부 자르듯’ 표현의 자유 영역을 규정한 현행법 체계에선 유권자 혼란과 정치 표현 기피가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역할도 논의 대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관위는 주로 정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업무에 집중할 뿐, 후보자나 유권자, 정당 활동 등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경 유착이나 불법 정치 자금은 막아야 하나, 후보자나 유권자의 정치 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유권자는 떠들지 말라’, ‘우리(당)가 차려준 밥상에서 김치 먹을 것인지, 오이지 먹을 것인지만 선택하라’는 게 현행 공직선거법의 기본 구조”라며 “독재자와 친구들을 위한 제도였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정당 보스와 측근을 위한 제도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선 유튜브를 통해 호별 방문 ‘팁’을 홍보한다”며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호별 방문을 해야 표를 더 얹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와 유권자 간 접촉면을 제한 없이 넓혀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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