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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단독]n번방 성착취물, 도박사이트서도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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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들 '비밀 VIP방' 개설

'박사방' 자료 등 돈 받고 판매

성착취자 돈세탁 관여 정황도

일각 "수사 대상 확대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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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텔레그램에 ‘비밀 VIP방’을 개설해 ‘n번방’과 ‘박사방’의 성 착취 영상물들을 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과 공범으로 지목된 ‘태평양’ 이모(16)군도 도박 사이트 총판(사이트 홍보와 모객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활동한 정황이 나오면서 성 착취 범죄에 대한 수사 대상을 불법도박 사이트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모 도박 사이트 운영자인 R 총괄실장은 조주빈이 검거된 후 텔레그램 A도박방에서 자신 소유의 텔레그램 ‘야동방’ 목록을 캡처해 방 이용자들에게 보여줬다. R 실장이 공개한 방 이름은 ‘VIP방-3’이다. 방이 여러 개라는 의미로 보인다. 몇몇 이용자들이 ‘형’이라고 부르며 ‘성 착취 제작물이 아니라 괜찮은 거냐’고 묻자 R 실장은 “(그것뿐 아니라) 문제는 (내게) 박사방·n번방 자료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이) 돈 내고 들어온 애들이라 안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상 매수 사실이 알려질 경우 사법처리를 받게 되는 유료회원에게만 판매했기 때문에 내부고발 염려가 적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제2의 박사냐’는 물음에 “ㅇㅈ(인정)”이라며 “20(만원)씩 받았는데 양호하다. 박사는 150만원을 1만명한테 받았다”고 했다.

B도박방에서는 이용자들이 “n번방 자료는 널렸다”고 말한 것도 포착됐다. 이들은 n번방 자료 요청자의 문의에 “저 방에는 없고 다른 방을 가봐라”고 답했다. C도박방에서는 이용자들끼리 분쟁이 일어나자 “총판이랑 야동 유포자로 (나를 경찰에) 넘기겠다는데 협박 처음 하는 것 같다. 그럼 모든 사이트 넘기면 다 잡히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다. 또 다른 방에서도 “언론에서 n번방 자료를 제보받던데, (이게) 까발려지면 우리 ‘토세계(텔레그램 도박방)’도 까발려지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

도박 사이트들은 서로의 사이트를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하며 견제한다. ‘카딩(carding·신용카드 사기)’ 문의를 받는 텔레그램 이용자의 설명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 총판들은 디도스 공격을 통해 경쟁 도박 사이트를 무력화하고 이용자들이 자신 쪽 도박 사이트로 접속하게 유도한다. 이를 위해 총판들은 디도스 방법 및 해킹을 공부한다고 전했다. 현재도 디도스 수법을 전수해주거나 문의를 받는 텔레그램 방이 다수이다. 해킹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여성을 성적 피해자로 만드는 이른바 ‘노예 수급’을 홍보한 성 착취 가담자들이 돈세탁에까지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더러운 돈 다 세탁해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원하는 페티시 노예 2주 이내 수급 가능’이라는 홍보를 한 텔레그램 이용자가 다수 확인됐고, 한 홍보 문구에는 ‘돈세탁해드립니다’는 글과 함께 ‘야동창고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사이트 운영할 때 영상 수급 용도’라는 문구가 덧붙여졌다.

일각에서는 불법도박방으로까지 성 착취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정황이 있다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은 암호화돼 있어 일반 메신저보다 수사가 어렵다”며 “특정 상황별로 경찰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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