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월 소비자동향조사'
금융위기 직후보다 소비심리 하락폭 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소비심리가 무섭게 얼어붙었다.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최악의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월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대 월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 관련 지수와 가계재정상황 관련 지수가 모두 악화한 영향이 컸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하락폭으로는 2008년 7월 통계가 나온 이래로 가장 크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이전까지는 리먼브라더스 파산(2008년 9월) 직후인 2008년 10월 CCSI가 12.7포인트 떨어진 것이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심리에 미친 충격이 더 컸던 셈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2월(-7.3포인트) 때보다도 월별 하락폭이 컸다.
2008년엔 10월 CCSI가 급락한 후 2개월간 10.2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2015년 메르스 때는 6월 CCSI가 7.3포인트 내린 뒤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상승세가 11월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는 현재 지난달에 이어 두달째 급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는 2008년 10월 CCSI가 12.7포인트 급락한 뒤 6개월이 지난 2009년 4월에야 위기 직전 수준(2008년 9월 90.6)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번지면서 소비심리가 먼저 위축됐고, 세계적으로 번지며 금융시장까지 불안해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물론 취업기회ㆍ임금ㆍ물가상승률ㆍ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방위적으로 나빠졌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가계수입전망 CSI는 13포인트, 10포인트씩 내리며 각각 93, 87을 기록했다. 경제 여건에 대한 심리에도 먹구름이 꼈다. 소비자들이 지금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28포인트 내린 38,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4포인트 하락한 62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는 셈이다.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8포인트 내린 83,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10포인트 떨어진 83으로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17포인트나 빠진 64를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은 20포인트 하락해 2008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임금수준전망도 7포인트 떨어져 2008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앞으로 1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7%로 역대 최저 수준인 전달 수치와 같았다. 지난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인 물가인식은 한 달 전과 같은 1.8%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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