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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시장이 원하는 만큼…” 한국은행 초유의 ‘무제한 양적완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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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화요일마다 RP 전액 매입

시중에 돈 풀리도록 3개월간 지원

“정부 보증 땐 회사채 매입도 가능”
한국일보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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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인한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4월부터 3개월간 금융사에 채권 매입 형태로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 대열에 동참하는 셈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일정 금리 수준 아래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2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금융기관이 원하는 만큼 자격을 갖춘 RP를 매입할 예정이다. 한은이 제시한 자격은 △국가신용등급과 등급이 같은 채권 △트리플A급 채권 △정부 채권 등이다.

RP 매매는 한은의 대표적인 시중 유동성 조절 장치다. ‘환매조건부’라는 이름처럼 한은과 금융사가 일정 기간 후 되사는 조건으로 보유한 채권을 거래한다. 이번처럼 발권력을 지닌 한은이 금융사가 가진 채권(RP)을 사면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은은 ‘무제한 매입’ 선언에 더해, 매입 가능 채권의 범위도 기존의 국채와 정부보증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에서 은행채 및 8개 공공기관채로 확대했다. 현재 대상 증권의 발행규모를 고려하면 최대 70조원이 시장에 추가로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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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무제한 RP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초유의 조치다. 최근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시장에서 발생한 단기자금 부족 현상에 따라 금융기관 자금 사정이 덩달아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채권ㆍ증권시장안정펀드 등에 조 단위 뭉칫돈을 출자하게 된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어 사실상 정부의 ‘금융안정 패키지’를 뒷받침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금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엄중하고, 감염병이 미치는 영향에 따라 외환위기 충격보다도 클 수 있다”며 “시장의 수요에 맞춰서 전액을 공급하겠다는 것을 사실상의 양적완화로 보는 해석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한은의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은이 제시할 수 있는 최선책”으로 평가하며 “단기 유동성 위축 해소에 도움을 주고, 향후 정부 금융안정 패키지 시행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조달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또 최근 시장과 정부 일각에서 요구하는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놨다. 다만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윤면식 부총재는 “회사채를 정부가 보증한다면 금통위에서 매입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회사채를 지급 보증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할 텐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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