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0]
경제·안보 이슈, 정권심판론, 야당 견제론 모두 코로나 블랙홀로
여야, 비례정당·공천으로 내홍… 통합당은 공약집도 아직 못내
전문가 "정책 이슈 사라진 선거, 여당에 유리하게 흐를 공산 커"
◇與野 모두 비례당 집안싸움 몰두
총선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25일 여야(與野)는 여전히 비례정당과 공천 문제로 내홍에 휩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설립은 불법이라며 미래통합당을 고발까지 했지만, 비례 의석 싸움에서 밀릴 처지가 되자 자신들이 앞장서서 더불어시민당을 급조(急造)했다. 이어 이날 비례정당에 현역 의원 7명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비례정당은 불법이지만 우리 쪽에서 의원이 가는 건 자발적이라 합법"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내로남불'을 넘어 '내묘남꼼'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내가 하면 묘수지만, 남이 하면 꼼수'라는 뜻이다.
야당도 비례정당의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공천 잡음으로 내홍을 겪었다. 한선교 전 대표가 주도한 공천을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뒤집은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만의 '배지 싸움'이란 비판 목소리가 높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도대체 뭘 보고 뽑으란 소리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조국을 불러낸 여권
범여권 정당에서 조국 전 법무 장관을 옹호하는 인사들이 잇따라 공천을 받으면서 '조국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조 전 장관을 비판했던 금태섭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조국 백서'에 참여한 김남국 변호사가 수도권 전략 공천을 받았다. 범여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공천을 받은 인사들은 "조국 사태는 검찰 쿠데타" "조국을 보면 조광조 선생이 떠오른다"며 연일 친(親)조국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야당은 "친조국 후보들을 심판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경기 남양주병에서는 '조국 수호'에 앞장선 민주당 김용민 후보와 '조국 비판'을 주도했던 주광덕 통합당 후보가 대결한다. 그러나 정작 이 지역 유권자들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문제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책 실종 선거, 결국 與黨에 유리할 것"
앞선 23일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동북아 지역의 평화 정착' '전국 무료 와이파이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급조하고, 또 다른 친여(親與)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제대로 된 공약 논의는 사라진 상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조차도 구체적인 공약 내용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1야당인 통합당은 아직 공약집마저 내지 못한 상태다. 전날 통합당 서울시당은 서울 지하철 지상(地上) 구간의 지하화, 지하철 3·4호선 급행화 등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지만 중앙당 차원의 굵직한 정책 이슈는 아직 공표하지 못한 것이다. 통합당 정책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합 26차례의 공천 공약을 발표했고, 이것을 묶어서 이번 주말까지는 공약집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이슈가 실종되면 선거가 여당에 유리하게 흐를 공산이 크다"고 했다. 경제 실정, 안보 불안과 같은 이슈가 묻혀버리면 정권의 중간 평가적 성격이 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과거 선거에서 이슈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무상복지와 같은 중요한 쟁점 축이 이번 총선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이른바 '정권 실정론(失政論)'을 띄워야만 하는 야당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유권자들이 문 정권의 중간 성적을 고민하는 시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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