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분위기 싸늘. “文心, 사칭 말라”
文,청와대는 열린민주당에 침묵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비례후보 추천 경선 참가자 공개 및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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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與圈)의 비례 정당 2곳이 서로 경쟁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직접 관여하는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이 서로 문심(文心)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진문(眞文) 싸움’과 거리를 두고 있다.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입'(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칼'(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전문가'(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열린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친구인 손혜원 의원도 자기편이니, 더는 설명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은 ‘더불어시민당’의 모당(母黨)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했다. 문 대통령 지지층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열린민주당’으로 비례 대표에 출마하는 인사들이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문심을 사칭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강욱과 김의겸의 출마는 문 대통령의 뜻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열린민주당이 계속 문 대통령의 이름을 팔면 정말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최 전 비서관의 경우 사직할 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더니, 갑자기 입장을 바꿔 열린민주당 비례 신청을 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최강욱, 김의겸 후보의 출마를 승인했다는 일부의 주장도 거짓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출신’이라는 공식 직함을 달고 총선에 나서는 윤건영, 고민정 후보 등은 청와대에서 ‘무(無)사고 제대’를 한 반면, 최강욱 전 비서관과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불명예제대’에 가깝다. 최 전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됐고, 김 전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논란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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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열린민주당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침묵이 곧 열린민주당 지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찬반(贊反) 의사를 표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강욱,김의겸 후보의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선거법 때문에 대응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심(文心)의 종착지’는 총선 이후에야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은 ‘헤쳐 모여’로 여당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이들은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과 퇴임 이후를 함께 한다. 어디 소속으로 출마 했던지,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과 퇴임 이후를 지켜줄 사람들에게 문 대통령의 마음이 가게 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와 달리 비례정당의 경우 표의 분산이 당락과 직결되지 않는다”며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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