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도쿄올림픽 특수를 노려온 일본의 5G 이동통신 전략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보다 무려 일년 가까이 뒤처진데다, 상용화 직전 올림픽 연기 방침이 확정되며 도쿄올림픽을 통해 향후 5G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마저 틀어진 탓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이날부터 5G 서비스를 개시한다. 2위 사업자인 KDDI의 이동통신 브랜드 AU는 다음날인 26일부터, 소프트뱅크는 27일부터 상용화에 나선다. 현지언론들은 일본에서도 초고속, 대용량으로 요약되는 5G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서비스 지역은 제한적이다. 3월 말을 기준으로 NTT도코모의 5G 서비스를 이용가능한 시설ㆍ장소는 올림픽 경기장 등을 포함해 전국 150개소 상당에 불과하다. 이달 상용화 후 도쿄올림픽 직전인 6월부터 전국 도도부현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간 일본 이통업계는 도쿄올림픽에 맞춰 5G 전략을 가다듬어왔다. 상용화에 한 발 늦은 만큼 올림픽 무대를 통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일본의 5G 서비스를 전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었다. 앞서 한국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여 선도국가 이미지를 구축한 후, 세계 최초 상용화까지 행보를 이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됐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상용화를 코 앞에 둔 24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을 일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올림픽 특수는 커녕, 5G 확산동력마저 잃게 됐다는 평가다.
상용화 날짜를 앞당기며 경쟁을 벌여온 이통업계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도 이날 5G 상용화 소식을 지면에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애플의 빈 자리를 노려 5G 단말기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기대됐던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다소 김 빠진 모습이다. 일본 샤프는 올림픽 전 5G 상용화에 맞춰 첫 5G 스마트폰인 아쿠오스 R5G를 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갤럭시 S20시리즈와 V60 씽큐 5G를 현지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특히 일본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이 아직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은 만큼 이들 업체에겐 5G 시장 선점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돼왔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멀티미디어리서치연구소(MMRI)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7.4%에 달했다. 이어 샤프(13%), 삼성전자(9.1%) 순이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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