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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코로나19에 우주기지도 ‘셧다운’…7월 예정 화성탐사선 발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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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나 우주센터 “직원·지역 주민 건강 보호 위해 무기한 휴업

NASA도 “재택 근무 의무화, 모든 연구기관으로 확대 ” 휴면 상태

유럽우주국·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엑소마스’ 발사 2년 미루기로

경향신문

지난해 8월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독일과 미국산 위성 각 1기를 싣고 하늘로 솟구치는 아리안스페이스의 로켓.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16일부터 기아나 우주센터는 운영이 중단됐다.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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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상황이 허용되는 대로 다시 문을 열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 동선과 겹치는 상점이 출입문에 붙일 법한 이런 안내문이 걸린 곳은 세계 최대의 우주발사체 서비스 기업인 ‘아리안스페이스’의 공식 홈페이지다. 유럽 12개국이 참여해 1980년 설립한 아리안스페이스는 자신들이 가진 고성능 로켓에 다른 나라나 기업이 만든 인공위성을 실어 대신 쏴 주는 사업을 한다. 지금까지 우주에 올린 위성이 650여기에 이른다. 세계 상업위성 발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거대한 회사가 돌연 자신들이 관리하는 프랑스령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의 문을 닫겠다며 지난주 이런 공지를 한 것이다.

기아나 우주센터는 아리안스페이스에 매우 중요하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리거나 자전하는 힘을 최대한 활용해 속도를 내려면 적도에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기아나는 적도 코앞인 북위 5도에 있다. 중앙아시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도 이용하고 있지만 이곳이 아리안스페이스의 주력 발사기지인 이유다. 아리안스페이스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연대해 경영하고 있고, 마침 기아나가 프랑스령 지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주센터가 세계적으로 10여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군사용인 현실에서 이렇게 요지에 위치한 상업용 발사기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이번 조치가 직원들과 기아나 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급격한 코로나19의 확산이 만든 파고가 유례없는 우주기지 ‘셧다운(shutdown)’까지 부른 것이다.

기아나 우주센터는 지난달 19일 국산 인공위성인 ‘천리안2B호’가 아리안스페이스 로켓에 탑재돼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미세먼지 상황을 한눈에 살필 고성능 관측장비를 실어 관심을 모았던 위성이다. 한국의 발사 일정이 조금만 뒤로 잡혔더라면 우주에 제때 보내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의 위세는 세계 최고 우주기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휴면 상태에 빠뜨렸다. 짐 브리덴스틴 NASA 국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NASA 소속 모든 연구기관들의 재택근무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예외적으로 출근을 원하는 직원은 반드시 상사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NASA 전체 직원은 1만7000여명에 이른다. 재택근무 의무화는 이달 초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 에임스연구센터와 앨라배마주 마셜우주비행센터에 한정돼 있었지만,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NASA는 미국 내 곳곳에서 우주 연구를 하는 11개 산하 센터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으로 따지면 본사·계열사 관계와 비슷하다. 여러 센터가 넓은 국토 여기저기에 산재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해도 동시에 문을 닫아야 하는 위험은 줄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선 그런 장점도 통하지 않은 것이다.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의 감염자는 지난 21일 기준 2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우주과학기술을 대중에게 폭넓게 홍보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텍사스주 존슨우주센터, 앨라배마주 마셜우주비행센터, 메릴랜드주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오하이오주 글렌연구센터 등 대부분의 NASA 소속 센터들이 일반인 방문 프로그램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까지 운영하지 않기로 했고, 일부는 아예 재개 날짜를 잡지 않았다.

브리덴스틴 NASA 국장은 재택근무와 업무효율 저하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뤄질 상업적 우주비행과 내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발사에 관한 준비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NASA의 핵심 과제는 일단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NASA 소식에 정통한 미국 과학계의 한 인사는 경향신문에 “재택근무가 현실화하면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NASA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2016년 11월 위성 4기를 싣고 발사되는 아리안스페이스 로켓의 궤적을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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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이미 가시적인 피해를 일으킨 곳도 있다.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오는 7월로 예정됐던 화성 무인탐사선 ‘엑소마스’의 발사를 2년 미루기로 했다. 탐사선은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에 쏴야 하는데, 올해 7~8월을 놓치면 다음 근접일은 2022년 8~10월이다.

이번 발사 연기의 주된 이유는 착륙선에 탑재될 낙하산 시스템을 비롯한 일부 전자장비의 오류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회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산된 것이 또 다른 중요 요인이 됐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유럽의 감염 확산으로 인해 기술협력 업체들로 이동하는 여행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얀 워너 ESA 국장도 “예정됐던 로스코스모스와의 회의를 여행제한 조치 때문에 취소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단기간에 잦아들지 않으면 인력 간 활발한 의견 교환과 공동 연구가 불가피한 우주산업에 근본적인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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