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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비례정당' 놓고 홍역 치르는 여야…'꼼수 경쟁'에 거센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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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도 시민당에 당내서도 "듣보잡 정당 끌어들여 표 도둑질" 비판

통합당·한국당 공천갈등 점입가경…제2 위성정당 창당 필요성까지 거론

여야 인물경쟁 대신 의석싸움에만 올인…준연동형 비례제도 취지 퇴색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조민정 기자 = 여야가 4·15 총선에서 처음 실시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비례대표 정당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 제1야당 미래통합당에 이어 선거법 개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사실상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등 역풍을 맞고 있어서다.

비례대표 의석이 꼼수 경쟁을 벌이는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 수순으로 가면서 지난해 말 극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사태를 거쳐 통과한 선거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다음 선거에서는 아예 비례대표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물마시는 이해찬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을 근간으로 한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면서 당내외의 비판론을 촉발했다.

애초 진보·개혁 진영의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비례 연합 문제를 협의하다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비롯해 4개의 원외정당과 비례 연합을 구성, 사실상 '비례 민주당'을 만들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가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이 지난 13일 전 당원 투표 절차를 거쳐 입장을 번복한 명분은 '골목상권(소수정당) 보호'였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는 것을 막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도입 취지인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의 구성은 이와 거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민당의 '플랫폼'인 '시민을 위하여'는 지난해 말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끌었던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된 정당으로, 여기에 참여하는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평화인권당 등이 대부분 올해 급조된 신생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례 정당을 만들기 위해 원외 신생정당들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당원은 민주당 권리당원(당비 납부 당원) 게시판에서 "현 상황에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미니정당을 끌어들여 앞줄 세우는 행위는 진짜 원내 진입에 도전하던 당들에 돌아갈 표를 도둑질하는 행위"라며 "선거법 취지를 살리려면 이만 멈추세요"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시민당으로 가면서 범진보 진영도 양분됐다. 당장 민주당과 정개련은 협상 과정을 서로 공개하면서 참여정당 문제와 의석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진실 공방까지 벌이는 모습이다.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가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민주화운동 원로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치개혁연합을 마타도어(흑색선전)했다"고 비판했다.

또 녹색당은 독자 완주를 선언했고 미래당의 참여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추진 과정에 대해 "현재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고 생각하다"면서 "민주당이 오랫동안 걱정해주고 도와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드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고위원회의 회의실에서 나오는 황교안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다. 2020.3.19 toadboy@yna.co.kr



선거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명분으로 일찌감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통합당의 상황도 점입가경이다.

통합당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 갈등이 격화되면서 제2의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발단은 통합당이 보수통합 이전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이번 총선에 대비해 영입했던 인재의 대다수가 한국당의 공천 후보 명단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국당이 당선권에 통합당의 영입 인재로는 단 1명(정선미 변호사·17번)만 포함되면서 통합당에서 '공천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격화됐다.

특히 '비례대표 1번'으로 거론되던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당선이 불투명한 21번을 받은 것 등이 통합당의 분노를 키웠다.

이에 따라 한국당 공관위는 한국당 최고위의 재의 요구라는 형식을 통해 공천 후보 명단에서 문제가 제기된 4명을 제외하거나 후순위로 조정하고 통합당 영입인재 중 일부를 앞순위로 배치하는 등의 조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통합당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 먼 결과를 보이면서 국민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드리게 됐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서는 한국당 공천 명단에 대한 선거인단의 찬반 투표에서 부결 시키는 방안부터 미래한국당 대표 교체, 또다른 위성정당 창당까지 다양한 대응 아이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막장 정치'라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인물 경쟁 대신 꼼수 경쟁을 벌이면서 각 분야 전문가 등을 선발해 국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애초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는 크게 퇴색하게 됐다.

급조된 더불어시민당이 신생 원외정당과 비례대표 추천을 하면서 자격 미달의 후보들이 공천장을 받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도 당내에서도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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