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정처, 11.7조원 규모 코로나19 추경안 분석
고효율 가전제품·승용차 구입 혜택, 소득 역진효과 초래
부가세 감면책, 올해로 기간 한정하고 대상 확대해야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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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편성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소비진작 사업이 오히려 세수만 줄이고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많은 혜택을 보는 역진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추경안은 코로나 19의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대 추경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편성이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사전 준비 및 검토에 필요한 시간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부실한 사업계획도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집행 필요성이 큰 사업들 위주로 선별해 코로나19 피해를 ‘핀셋’ 지원하는 것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 지역사랑상품권, 대구·경북 적기 발행 어려울수도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0년도 추경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요되는 사전절차 기간을 고려하지 못해 대구광역시·경상북도 등 신규발행 지자체는 조례제정·계약절차 등에 소요되는 기간으로 적기 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은 지자체의 수요파악 및 예산 배정기준 등 사업계획의 핵심적인 부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사업은 이번 추경안의 목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사례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양육 한시 지원 사업은 아동수당 수급 대상자를 상대로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지급해 양육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가구내 보육 아동 유무 및 연령에 따라 수혜자가 결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효율향상 사업은 고효율 가전 제품 구매시 비용의 일부를 환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피해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업종과 구매여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제공된다. 이같은 일부 사업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소비를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소득의 역진적인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구매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도 종료된 지 2개월 만에 다시 시행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경유차를 포함한 모든 차종에 대해 개별소비세 감면을 추진하는 것은 친환경차 보급확대 정책기조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이밖에도 부가가치세 감면 정책은 소규모 개인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담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피해와 인과관계가 낮아 보이는 2021년까지 세부담을 경감하도록 했다.
국회예정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감면제도 지원기간을 올해로 한정하는 것이 정책 취지에 보다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원기간을 축소하는 대신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다음연도 본예산 편성 바람직
이번 추경안이 일부 사업은 시급성보다는 중장기 사업으로 내년 본예산을 통해 보다 계획성 있게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부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사업을 2개소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착수 병원을 완공·개원하기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을 위한 이번 추경안의 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국가 보건의료 연구인프라 구축(R&D)의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내역사업도 상당기간이 소요되는 중장기 사업으로서 당장 코로나19 대응에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사업이다. 국회예정처는 “병원 신설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다음연도 본예산에 편성하고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정처는 “이번 추경안은 코로나19가 아직 확산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업수요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추경안의 목적과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타당성 및 집행가능성이 부족한 예산은 방역체계 강화 및 손실·피해지원 사업에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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