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경찰관도 ‘쾅’… 우한 코로나에 느슨해진 단속, 음주운전 잇따라

‘일제검문식’에서 ‘선별식’으로 음주단속 방식 변경
단속 느슨해진 사이… 경찰·연예인, 음주운전 잇따라
경찰 "2월 한달 동안 단속 줄었지만, 사고도 줄어"

지난 10일 오전 0시 35분쯤 부산 동래구의 한 도로에서 ‘쾅’ 굉음이 들렸다. 빠르게 달리던 차량 한대가 인도를 넘어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피해 차량이 상가안으로 돌진했기 때문이다. 근처에 있던 차량 4대도 파손됐다. 사고를 낸 30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 같은날 부산 강서구에서도 30대 만취 운전자가 차를 몰다 중앙 화단을 들이받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찰이 일제검문을 선별식 단속으로 바꾸자, 이를 악용한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주단속 횟수 감소가 음주운전으로 이어지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기 발생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동래구에서 발생한 음주사고 현장. /부산경찰청 제공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우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28일부터 음주 측정 기기와 거리를 두고 숨을 내뱉는 방식의 음주측정기 대신 ‘1회용 불대’를 입에 물고 기기에 직접 숨을 내뱉는 방식의 음주측정기를 사용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또 특정 지점을 지나는 모든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검문식’ 단속을 중단하고 유흥가 등 취약지역과 취약시간대를 중심으로 단속하는 ‘선별식’ 음주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질병 확산을 막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음주 단속 방식을 일제검문식에서 선별식으로 변경했다"면서 "당분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음주단속을 하고, 감염 위험이 해소되면 기존 방식대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단속 방식이 바뀌면서 음주운전이 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방식을 바꾼 이후 단속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음주사고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선별식 음주단속이 도입된 이후 2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음주운전 단속건수는 일평균 234건으로 이전(1월 1~27일)보다 28.8% 줄었다. 같은 기간 음주사고는 일평균 29건으로 이전 한달 보다 23.7% 감소했다.

특정 지점을 지나는 모든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검문식’ 단속 모습. /뉴시스

하지만 3월 들면서 연예인과 현직 경찰관 등의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음주단속 방식 변경과 횟수 감소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영화 ‘범죄도시’와 드라마 ‘스토브리그’ 등에 출연했던 배우 홍기준(42)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는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 잠든 채로 적발됐는데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 10일 현직 경찰관인 A(38) 경사는 경기 시흥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다른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A 경사는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02%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음주단속이 선별식으로 바뀌면서 현재는 신고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음주운전은 개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만큼 운전자들의 인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의심 사례가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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