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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獨헤리티지DLS` 시행사 파산 수순…자산 헐값매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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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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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규모 만기 연장 사태가 불거진 독일 헤리티지 DLS의 시행사에 대한 파산 절차가 시작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운용사 반자란은 지난 3일 현지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GPG·옛 돌핀트러스트)에 대해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산 절차를 개시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반자란은 당초 포괄적 권한 위임(PoA)을 통해 자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시행사가 실무협상 과정에서 대표의 면책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계약 체결을 재차 연기하자 파산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운용사가 독일 시행사에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파산 절차를 개시한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다만 17일까지 PoA를 체결하면 파산 신청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행사가 17일을 기점으로 6개월간 돈을 갚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GPG에 대한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운용사가 직접 자산 매각을 진행할 경우 최대한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게 되지만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자산 매각을 진행한다면 비교적 헐값에 투자 물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막사, 고성 등 독일 문화재를 매입해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7년 5월부터 국내 증권사 및 은행에서 5000억원 이상 판매됐다. 신한금융투자가 3908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하나은행이 559억원, NH투자증권이 243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7월 만기 연장 사태가 발생한 뒤로 총 2500억원 이상의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초반에는 독일 정부의 인허가 문제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만기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행사의 비행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물건의 담보권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손실률도 가늠할 수 없어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신한금융투자 사내 문서에 따르면 투자 물건 19개 중 12개만 담보권이 확보되고 나머지는 담보권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물건 매입 시 감정평가 과정에서도 부실 정황이 포착됐다. 신한금융투자의 투자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서를 보면 17건 중 3건만 외부 감정평가기관에 의뢰를 맡기고 나머지 14건은 'HPM 후미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UG'라는 곳에서 감정평가를 진행했는데 감정평가서에 서명한 '하이코 후미쓰'라는 인물은 시행사 GPG의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행사의 '셀프 감평'으로 자산 가치를 산정해 매입한 것으로, 매입 가격이 시장 가치보다 크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자산 매각을 통한 원금 회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가 고객 신뢰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이사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기존의 2000억원 규모 배당 요청을 유보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 문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지주 차원에서 신한금융투자가 선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WM부문 실적 관련 목표를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고객 수익률, 고객 만족도를 대신 편입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다. 실적 압박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 제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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