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최대 규모, 문재인 정부 들어 4번째
미국도 긴급 금리인하…한은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져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4년만에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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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조기 극복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7년 만에 최대 규모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4번째 추경이다.
추경 편성과 발맞춰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전격 인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와 동일한 2.0%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는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문재인 정부 4년연속 추경…7년만에 최대 규모=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추경은 역대로는 네번째로 큰 액수이며 감염병 추경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당시 11조6000억원,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7조5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세입 경정(5조4000억원)을 제외한 세출 추경은 8조5000억원으로 로 메르스 당시 세출 추경(6조2000억원) 규모를 훨씬 웃돈다.
정부는 추경 재원으로 한은잉여금 7000억원과 기금여유자금 7000억원을 우선 활용하고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다.
전체추경 11조7000억원 중 감염병 검역ㆍ진단ㆍ치료 등 방역체계 고도화에 2조3000억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ㆍ소상공인 회복 지원에 2조4000억원, 코로나19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ㆍ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 지원에 800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저소득층과 노인, 아동 등 500만명에게 4개월간 2조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또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해 1조7000억원을 풀어 긴급 초저금리 대출을 확대한다. 저임금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대상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임금을 4개월간 1명당 7만원씩 추가로 보조해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완화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ㆍ경북 지역에는 별도 예산을 배정해 특별지원한다.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음압병상 확충 등 의료인프라 구축에 60억원,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상 긴급자금에 1조4000억원, 지역경제 및 피해점포 회복지원에 1010억원 등 총 1조5070억원을 투입한다. 한편 이번 추경에는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은 제외됐다.
◆추경과 발맞춘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오전 9시부터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다음번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이미 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우선 한은이 3월 중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Fed가 오는 17~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큰 만큼, FOMC 결과를 보고 잇따라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은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말에도 임시 금통위를 열고 75bp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추경이 처리되는 시점과 맞춰 금리를 내리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긴급 간부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인하와 관련, "정책여건 변화를 적절히 감안해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 Fed의 조치로 미국의 정책금리(1.00~1.25%)가 국내 기준금리(1.25%)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이런 여건변화를 감안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주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점 ▲주요7개국(G7) 총재와 재무장관들이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점 등도 정책여건 변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또 "자본유출 우려 측면에서만 본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폭이 다소 넓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실효하한이라는 것은 자본유출 측면만을 고려해 추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물경제 파급효과라든가 금융안정 측면의 부작용 등 여러 측면에서도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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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민총소득 4년만에 뒷걸음질=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저성장ㆍ저물가에 원화 약세까지 겹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017년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9년엔 감소해 3만2047달러를 기록했다. 4년만의 감소세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보통 한 나라의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1인당 소득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환율이다. 달러 기준으로 계산한 1인당 GNI는 전년비 4.1%나 줄었다. 지난해 환율이 연평균 1165.7원으로 전년(1100.3원) 대비 5.9% 상승(원화 약세)한 영향이다.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은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줄어든다. 그러나 원화 기준 1인당 GNI역시 3735만6000원으로 증가 폭(1.5%)이 1998년 외환위기(-2.3%)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를 반영한 성장률 자체가 떨어진 것도 경제주체가 성장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지난해 명목 GDP는 직전해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0.9%)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2017년(5.5%)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명목 성장률이 낮으면 경제주체의 체감경기는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가 늘어난 소득을 체감하기 어렵고, 기업도 영업이익이 덜 늘어난 것으로 느끼게 된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극도로 냉각된 경기 상황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명목 GDP 증가율이 둔화된 주요 요인은 물가다. 'GDP 물가'로 일컬어지는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은 지난해 -0.9%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 디플레이터가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직격탄을 맞으며 2월 소비자물가지수도 다시 둔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80(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 0.8%로 떨어진 이후 8월 0.0%, 9월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0.4%), 10월 0.0%, 11월 0.2%, 12월 0.7% 등에 머무는 등 12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이후 지난 1월 상승률이 1.5%로 올라섰지만 2월에는 1.1%로 둔화한 모습이다. 특히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면서 20년여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비스물가 가운데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가 0.7% 오르는데 그치면서 2013년 1월(0.7%) 이후 가장 낮은 상승을 보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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