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보다는 낮은데 무슨 의미” vs “경제 수준 일본과 동등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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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물가 수준을 고려한 한국의 구매력이 일본을 추월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 구매력 기준으로 한 1인당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0년 만에 일본을 추월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사실 구매력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 통계 관련 발표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1인당 국민소득은 국내총생산(GDP)을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명목소득이다. 반면 PPP 기준 1인당 GDP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나 환율 수준을 반영해 실제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흔히 그 나라 국민의 실제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때문에 1인당 GDP와 PPP 기준 GDP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OECD 통계가 눈길을 끈 것은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PPP 기준 한국의 1인당 GDP가 2017년 4만1,001달러(약 4,870만원)를 기록하며 4만827달러(약 4,840만원)의 일본을 앞섰기 때문이다. 2018년 잠정치에서도 한국(4만2,136달러)은 일본(4만1,502달러)보다 높았다.
장부승 교수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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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서비스 질 다른데 단순비교?
하지만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따지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4만6,184달러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평균 이하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OECD 평균보다 낮은데 우리가 일본을 추월했다고 희희낙락할 일이냐”며 “구매력평가대로 계산한 환율을 적용해 GDP를 계산하면 또 다른 의미의 왜곡이 발생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9년 PPP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보다 높지만 대만(5만5,078달러)보다 1만달러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일본을 추월했다고 할 때 경제를 좀 아는 외국인이라면 아마 속으로 웃거나 왜 그렇게 일본이랑 비교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PPP 기준 GDP가 자기위안만을 위한 의미 없는 수치인가. PPP 기준 GDP는 실제 생활 수준을 보여주기 위한 지표임은 맞다. 하지만 나라마다 물가를 계산할 때 포함시키는 항목이나 가중치가 달라 PPP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다른데 단순히 항목 가지고 계산을 한다는 점도 한계다.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유용한 수치임은 분명
그렇다고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 이동원 국민소득총괄팀장은 “1990년 우리나라 PPP 기준 1인당 GDP는 일본의 43.4%에 불과했지만 2001년 71.7%, 2010년 90.7%로 오른 데 이어 이제 100%를 넘어섰다는 의미”라며 “장기적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수준이 일본과 대등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물가수준은 낮고 경제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또 굳이 높은 물가, 오랜 경기부진 등을 겪고 있는 일본을 벤치마킹 하거나 비교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굳이 일본보다 높다 혹은 낮다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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