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2월 9일 오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독한 메시지를 "국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라는 인사로 시작했다. 이어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가 수천명이나 되고, 30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을 꺼냈다. 우한 코로나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점을 언급한 것을 두고 현 정부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또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고, 통합당의 기반이기도 한 대구·경북 지역이 우한 코로나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지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추었다"고도 했다. 이날 자신이 내놓은 메시지가 '자기 정치' 차원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북한 핵문제와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동맹 균열과 한일관계 급랭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지지자들이 보내온 여러 서신을 통해 바깥 소식을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는 "많은 분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를 하였다"고 했다. 지지자들의 의견을 빌어 현 정부를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메시지에서 미래통합당 등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 끝에 "나라가 매우 어렵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기존 거대 야당'이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가리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수감된 후 1069일 동안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일절 내지 않았다. 이날 자필 편지에서 이유로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했다.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이 야권 분열을 초래할 수 있어서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통합하라고 알리기 위해 이날 자필 편지를 적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덕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