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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물가와 GDP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임금 인상”… SK이노, 4년째 밀당 없이 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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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화합 혁신사례… 코로나 위기 속 분위기 바뀐 기업 늘어 / 양측 첫 만남서 30분 만에 잠정 합의안 도출 / “합리적 노사문화 발전 위해 노력” 인식 일치 /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복지·급여 축소 합의 / 전문가들 “일터 사라지면 공멸… 공감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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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조인식 3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화상 임금교섭 조인식을 마친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왼쪽부터), 이성훈 노조위원장, 김재호 부위원장,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25층 회의실에서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SK이노베이션이 서울 본사와 울산 공장을 화상으로 연결한 가운데 ‘임금교섭 조인식’을 치렀다. 4년 전 ‘임금인상률=전년도 물가상승률’ 연동 합의를 이룬 이 회사는 노조 지도부가 바뀐 올해에도 이 약속을 지켰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장단, 노조 집행부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조인식을 진행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됐다”며 “이런 혁신적인 노사문화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실적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9.6%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컨센서스(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78.7% 급감했다.

춘투, 하투 등 반복되는 소모적 갈등에 신음해온 산업계가 국난급 위기에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낼 수 있을까. 노사 갈등의 대표적 현장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영위기의 절박함에 기초한 화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조인식에 앞서 노사 대표가 처음 만난 지난달 17일 상견례에서 30분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작년 소비자물가지수인 0.4%. 노사는 합의문에 “합리적인 노사문화를 혁신/발전시키고 존경받는 기업과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이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성금 2억원은 대구·경북 및 울산지역에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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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엔 국내 노사관계를 상징하는 현대차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이뤄냈다. 헬스장, 수영장, 문화센터 프로그램 폐쇄·중단, 확진자 접촉 땐 즉시 퇴거·격리·검사 등 복지를 제한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엔 8년 만에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무파업으로 타결했다. 신임 집행부는 ‘실리주의, 사측과 대화’를 천명하고 신노사관계에 희망을 지피는 중이다.

한국GM 역시 노조 집행부 교체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장을 뒤덮는 회사 욕설, 비난 플래카드부터 사라졌다. 김성갑 신임 위원장은 세 차례 구속으로 인한 ‘강성’ 이미지와 달리 “현재 한국GM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과 이를 통한 경영 정상화”라고 단언한다. 쌍용차는 임원 수와 급여를 줄이는 고강도 자구안에 노측이 급여 삭감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들 변화는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 회복이 직원 복지, 분배보다 시급하단 판단에서다. 존립 위기를 마주한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경영 정상화에 함께 노력할 것을 선언했고, 대한항공 노조는 임금 인상 여부를 회사에 위임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대비된다. 당시 민주노총은 재계가 ‘메르스 불황’ 차단을 위한 실천계획과 대정부 건의사항을 내놓은 당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계획에 반발하며 총파업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강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일터가 유지되지 않으면 노사가 공멸한다’는 인식 확산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망 붕괴(중국발)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통해 회사의 위기가 개인의 위기로 환원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은 “노조가 정말 위기감을 공유하는지, 분위기에 편승한 것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노사협약 수정, 상법 개정 등 회사 안팎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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