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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근혜 시계’ 차고 나타난 이만희…‘인간 보청기’부터 ‘엄지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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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사태’ 신천지 이만희, 첫 기자회견
노란색 넥타이에…‘박근혜’ 적힌 손목시계 진위 논란
朴 측 "가짜 모조품… ‘금장시계’는 제작 안 해"
현장에는 항의 집회…"우리 딸 돌려보내라" "사기꾼"
신천지 관계자와 귓속말에 ‘항의’…퇴장하다 ‘엄지척’

2일 오후 3시 경기도 가평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 앞은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의 첫 기자회견을 앞두고 취재진과 시민 100여 명으로 북적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도 배치돼 현장을 통제했다.

오후 3시 15분쯤 신천지 관계자가 "신천지 총회장님 모시겠습니다"라고 안내하자, 평화의 궁전 대문이 열렸다. 정문 앞 기자회견장으로 걸어 나온 이 회장은 은색 양복에 노란 넥타이 차림이었다. 하얀 마스크도 쓰고 있었다. 그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8일 신천지 신도이자 국내 31번째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2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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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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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먼저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입을 뗐다. 이어 "여러분들에게 뭐라고 사죄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허나 모든 국민에게 사죄의 말씀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천지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막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총회장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차례 큰절을 올렸다.

이 총회장이 절을 하는 과정에서 그의 왼손에 착용한 금장 손목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시계에는 ‘박근혜’라는 서명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두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 시계를 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기념시계로 제작한 일명 '박근혜 시계' 아니냐는 말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행사 때 초청한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증정하기 위해 메탈 소재 시계를 남녀용 두 종류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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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총회장의 손목에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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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는 지난달 19일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에도 올라왔다. 판매자는 "금 도금이며 국회 제작 의원용 새 상품"이라고 적었고, 가격은 49만원이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 측은 "가짜 모조품"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임기 중 이 총회장이 찬 것과 같은 금장된 시계나 날짜판이 있는 시계는 만든 적이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이건용 전 행정관도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지금 흔히 알고 있는 '은색 시계' 단 하나의 종류로 제작을 지시했으며, 이후 '은색시계'만 기념품으로 사용됐다"며 "'금장시계'는 제작된 바 없다. 부속실 근무 당시 보고받았던 건으로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신천지와 이 총회장을 규탄하는 집회도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기꾼 이만희" "우리 딸 당장 돌려보내라" "입 닥쳐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총회장이 발표를 하는 순간에도 한 여성이 "인생 파탄, 가정 파탄, 종교 사기꾼 이만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고성을 지르며 대립하기도 했다.

이날 입장문 낭독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이 총회장을 위해 신천지 관계자가 ‘인간 보청기’ 역할을 자처해 귓속말로 질문을 한 번 더 크게 읊어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관계자가 총회장의 발언을 정정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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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일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관계자를 통해 전해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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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가 "평화의 궁전에 언제 왔고, 지속적으로 자가격리를 했는지"를 묻자, 이 총회장이 "윗사람은 한 군데 있을 만한 게 못 된다. 여기 있기도 하고 거기 갔다오기도 하고 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 신천지 관계자가 "2월 17일에 와서 움직이지 않고 여기 있었다고 말하세요"라고 귓속말을 했지만, 마이크를 타고 대화가 노출됐다.

이를 들은 현장 기자들이 항의하자, 이 총회장은 "조용합시다. 조용"이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두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 성인입니다. 이러면 질서가 없어서 난장판이 됩니다"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20여 분쯤 지나 신천지가 정부에 제출한 신도 명단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사회를 보던 신천지 관계자는 "총회장님 들어가셔도 됩니다. 저희가 답변받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급히 마무리 지었다. 기자들이 질문을 더 받아달라고 항의했지만, 이 총회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 뒤 그대로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평화의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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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퇴장하며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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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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