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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 30개 이상 이동통신사가 2G·3G 등 이전 세대 통신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 일정을 확정했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구 세대 통신서비스를 과감하게 정리, 5G 시대에 대비해 주파수 등 통신자원 효율 활용을 위한 적극적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996년 세계 최초 2G CDMA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셧다운'은 세계에서 가장 늦다. 글로벌 사례를 참고해 합리적 기준 수립과 빠른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13개국 31개 통신사 '2G 셧다운'
전자신문이 글로벌 2G 종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세계 13개국 31개 이통사가 2G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를 진행 중으로 확인됐다. 2G 서비스를 선제 종료, 5G 시대에 대비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2012년 2G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2010년 3월 31일 2G 서비스를 중단했다. 2년 후인 2012년 3월 31일에는 NTT도코모가 종료했다. 같은 해 7월 22일 KDDI가 2G를 종료하며 일본 3대 이통사 모두 2G와 결별했다.
일본 2G 종료는 이통사와 정부 정책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순탄하게 진행됐다. 일본 이통사는 총무성과 개발한 세계 유일 자체표준 'PDC(Personal Digital Communications)'를 2G 기술로 채택, 글로벌 로밍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총무성은 2G PDC 주파수 사용기간을 2012년으로 선제적으로 제한, 이용자와 사업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차세대 서비스로 전환을 유도했다.
미국은 2G 서비스 종료가 진행 중이다. AT&T는 2012년 2G 서비스 종료를 공표한 이후 2017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버라이즌과 T모바일은 2016년에 2020년까지 종료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하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자율이 특징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G 종료 정책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지만, 이통사가 2G 종료 이전 3~4년 전 공표해 소비자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이통사는 자율 프로모션으로 2G 단말기에 지원금을 투입, 공짜폰을 내주는 방식으로 가입자 전환을 독려했다.
호주는 텔스트라와 옵투스, 보다폰은 각각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캐나다는 2019년 4월 벨캐나다를 끝으로 4대 이통사가 모두 2G를 종료했다. 영미권 국가는 대부분 기존 2G 주파수의 자율사용을 허용, 사업자가 2G 종료 시점을 3~4년 전에 공표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강력한 정부 주도 사례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태국의 2G 종료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태국 3대 이통사인 AIS, D-텍(D-TAC), 트루무브H는 지난해 11월 일제히 2G 서비스를 철수했다. 5G 서비스로 이행하려는 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태국 방송통신위원회(NTBC)는 2019년 1월 정부가 국가 차원 2G 종료 방침을 알리고, 단말기·장비업체에 대응을 주문했다. 그 결과 10개월 만에 2G 가입자 전환을 완료, 성공적으로 2G 서비스를 철수했다.
대만 또한 정부 주도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만 3대 이통사 청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FET는 2017년 6월 2G 서비스를 일제히 종료했고 이듬해 12월에는 3G까지 종료했다.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는 광고를 제작해 LTE 전환 캠페인을 시행하고 편의점 광고, 고객 문의에 대응하도록 무료 상담 전화 채널도 운영했다.
이외에 싱가포르 M1, 싱텔, 스타허브 등 3대 이통사, 인도 릴라이언스 등 아시아 최대규모 이통사도 정부와 원활한 협조 아래 2017년 2G 종료를 완료했다.
아시아 주요국은 대부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2G 서비스 종료 시 정부 허가를 받는 구조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5G 시대 주파수 가용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2G 종료 계획을 공표하거나, 사업자에 대한 적극적 승인 방침을 알리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3G 종료계획도 확정…5G 시대 대응
글로벌 주요 이통사는 3G 종료 시간표를 확정하고 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이 중단 시점을 발표했다.
일본 KDDI는 2022년 3월, 소프트뱅크는 2024년, NTT 도코모는 2026년 각각 서비스 철수를 예고했다. 미국 AT&T와 버라이즌은 올해와 2022년, 스위스 선라이즈는 내년에 서비스를 접을 예정이다. 영국 보다폰은 2022년을 종료 시점으로 잡고 있다. 스웨덴 3대 이통사 텔레2, 텔레노어. 텔리아는 2025년 동시에 3G 서비스를 정리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이통사와 정부가 2G 종료에 속도를 내는 건 5G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주파수다. 1996년대 이후 글로벌 상용화가 시작된 2G CDMA, GSM 표준은 대부분 800㎒, 1.5㎓, 1.8㎓ 대역 등 커버리지 확보에 좋은 '황금 주파수'를 활용한다. 각국은 장기적으로 2G 주파수를 5G에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중이다.
과도한 유지보수 비용도 2G 서비스 종료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2G 서비스는 1996년 상용화 이후 20년 이상 지속되며 장비와 부품 단종으로 서비스 장애를 겪고 있다. 구세대 서비스를 유지하느라 방대한 비용을 차세대 서비스에 투자하는 게 국가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가 2012년 3월 31일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2G 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관련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는 대부분 2G 서비스에 대한 '번호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아 비교적 원만하게 2G 종료가 진행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2G 서비스 종료 신고서가 수차례 반려되는 등 갈등도 적지 않았다. 2G 시절 부여한 01X(011·016·017·018·019) 반납을 반대하는 이용자와 이통사 간 갈등이 핵심 원인이다.
전문가는 정부가 초연결 인프라 활성화를 고려해 확실한 기준과 중심을 잡아달라고 조언했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산업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도 2G 종료를 서두르는 게 맞지만 기존 번호사용자 권리 존중도 불가피하다”며 “갈등 조율을 위해 정부가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확실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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