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일(현지시간) 고향 사우스벤드에서 지지자들에게 경선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사우스벤드|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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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일(현지시간) 선거를 중단했다고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38세의 젊은 신인으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전국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거물’들을 압도하며 기염을 토했지만 지지층 외연 확장이 한계에 부딪치자 중도 하차를 결정한 것이다. 진보 진영 샌더스·앨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대비되는 중도 노선으로 누적 대의원 확보 순위 3위를 달리던 그의 전격 퇴장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슈퍼화요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마친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날 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유세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고향인 사우스벤드로 향했다. 그는 “우리 대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선거운동의 길이 좁아져 거의 닫혔다는 게 진실”이라면서 “오늘밤 나는 대통령 선거운동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나의 목표는 언제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미국인들이 단결하도록 돕는 것이었다”라면서 “현시점에서 이런 목표들에 대한 신념을 지킬 최선의 방안은 민주당과 미국의 단결을 돕기 위해 비켜서는 것이란 점을 우리는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첫 경선인 지난달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을 0.1%포인트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선 2위를 기록했다.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득표차는 1.3%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할 때까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돌풍은 샌더스·바이든·워런 등 70세를 넘긴 다른 후보들을 긴장시켰다. 신인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민주당 경선 초반 존 에드워드·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출신 거물을 누르면서 일으킨 돌풍을 발판 삼아 대선 후보로 지명되고 대선까지 승리한 사례에 비유되기도 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비범한 이력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하버드대·옥스퍼드대를 나온 엘리트이자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 출신이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했으며 교사인 동성 배우자를 두고 있다. 그의 선전은 미국인들에게 ‘동성애자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풍으로 시작한 그의 첫 대권 도전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백인 중산층을 뛰어넘는 지지층 확장에 실패했다. 남미계 인구가 많은 네바다주에서 3위를 기록한 그는 흑인인구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4위에 그쳤다. 그는 흑인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른 어떤 후보보다 자주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하며 공을 들였지만 출구조사에 따르면 그를 선택한 흑인 유권자는 3%에 불과했다. 초반 경선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선거자금도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최초의 공개적인 동성애자 주요 대선 후보였던 부티지지 전 시장은 경선 선두그룹까지 올라갔지만 지지층 기반을 넓히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 3분의 1을 뽑는 3월 3일 슈퍼화요일로 쏠린 관심은 부티지지 전 시장의 사퇴로 더욱 뜨거워졌다. 그를 지지했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아직까지 샌더스 상원의원 1강 구도인 판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부티지지 전 시장의 사퇴는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다른 중도 진영 후보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경선 중단을 결심한 다음 바이든 전 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음성메시지를 남겼다고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이 전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샌더스 상원의원이 본선 상대로 올라오길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피트 부티지지가 나갔다. 그의 모든 슈퍼화요일 표는 졸린 조 바이든에게 갈 것이다. 기막힌 타이밍이다”라면서 “민주당의 샌더스 쫓아내기 진정한 시작”이라고 밝혔다.
부티지지 전 시장 지지층이 온전히 다른 중도 진영 후보 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전국단위 설문조사를 보면 부티지지 전 시장 지지자 가운데 차선으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좋아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21%로 가장 많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워런 상원의원은 각각 19%, 블룸버그 전 시장은 17%였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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