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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당 최고실세 공개 해임 이틀후 발사체 도발… 北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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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정치국 회의서 박태덕 당 농업부장도 해임
北매체, 코로나 의심 증상자 '7000명 감시' 보도⋯ 숙청과 도발로 내부 위기 돌파하려는 듯

조선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우한 코로나(코로나19) 문제를 논의하고 당 고위 간부 해임을 결정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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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는 등 외부와의 문을 전면적으로 틀어막은 북한이 2일 함경남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당 핵심 실세인 리만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을 전격 해임했다. 박태덕 노동당 농업부장도 함께 해임됐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은둔에 들어간 북한 내부에서 모종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조직지도부장인 리만건과 농업 담당인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당·정·군 수뇌 인사는 물론 김정은 일가의 혈족들의 동태를 관리하는 최고 권력 기관이다. 김일성 시절에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맡았다. 김정일이 1973년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오른 뒤 1980년대 후반 측근인 윤승관에게 잠시 자리를 맡긴 것을 제외하면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조직지도부장을 겸했을 정도다.

조직지도부장을 공개 해임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당 고위 간부를 공개 해임한 것도 2013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리만건은 작년 4월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됐다. 1년도 안돼 해임된 것은 숙청으로 봐야한다. 북한은 "극도로 관료화된 현상과 행세식 행동들이 발로되고 우리 당 골간 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 엄중한 부정부패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임 이유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작년 11월 이후 잠잠하던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고 나오자 북한이 우한 코로나로 체제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 이후 외부로 통하는 육·해·공 국경을 전면 차단했다. 북·중 국경도 차단돼 중국산 생필품 수입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북 당국이 예방·검역 활동 강화 조치 일환으로 주민들의 외출을 통제하자 장마당도 사실상 폐쇄됐다.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노동당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9일 보도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리만건(붉은색 원) 당 조직지도부장이 참석한 모습. 리만건은 이날 현직에서 해임됐다./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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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체제 균열 조짐이 감지되자 내부 숙청과 외부 군사 도발로 체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비루스(바이러스)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전과 방역사업 강도 높이 전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안남도와 강원도에 각각 2420여명, 1500여명 등 39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조선중앙방송은 북·중 접경인 평안북도에 "(우한 코로나로 인한) 30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는 평안남북도와 강원도에서만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미사일 발사는 체제 결속과 미국의 연이은 대화 제의에 '우리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려는 2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지금 대외적으로 안밝히고 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대량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북한 매체가 보도한 의심 증상자 7000여명 중 10%만 확진자라고 하더라도 700명이 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이같은 어수선한 상황으로 인해 주민들의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커졌을 것"이라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부패 간부들을 해임시키며 주민들의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부정부패한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만건과 함께 해임된 박태덕은 먹고 살기 힘든 북한 현실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집중 발생하는 농업 부문을 총괄해왔다. 결국 현재 심각한 식량난의 책임을 박태덕에게 물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리만건 해임은 김일성고급학교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김일성고급당학교 학장과 학교당위원회 간부들도 출당 철직되어 혁명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았으며 부정부패 사례가 발각돼 김정은 지시로 학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이 2일 "일꾼들은 당의 의도를 깊이 새겨야 한다"라며 간부들을 질책하고 태도 개선을 재차 촉구한 것도, 리만건·박태덕 해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우리 당의 인민적 성격을 뚜렷이 과시한 역사적 회의'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난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확대회의의 결정 사항들을 언급하면서 "이번에 인민을 업신여기고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비 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에 강한 타격을 가했다"라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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