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자진 퇴출’…구단들 긴장
(왼쪽부터)KT 앨런 더햄, KT 바이런 멀린스, 오리온 보리스 사보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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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KT의 앨런 더햄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27일 돌연 귀국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줄이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날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가 귀국을 선언한 데 이어 KT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도 스스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이틀 사이 외국인 선수 3명이 KBL 코트와 작별했다.
코로나19의 확산 국면에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오리온은 이날 사보비치가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귀국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사보비치는 틈나는 대로 휴대폰으로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검색하는 등 감염 가능성을 염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멀린스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지만 선수단이 서울 SK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숙소를 떠나기 직전, 갑자기 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T 서동철 감독은 “설득을 할 만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답답해했다. 당분간 국내 선수로만 경기를 해야 하는 KT는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1장만 남겨두고 있어 잔여 시즌 대안마저 제한적이다.
국내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 역시 외국인 선수들 눈치 보기에 바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른 대구·경북 연고팀들은 외인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관계자는 “2017년 지진이 났을 때 외국인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새로운 보도가 나오면 구단이 먼저 선수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며 “구단이 정보를 숨기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배구는 지난 25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시행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감염병의 파급력을 체감하고 있다. 여자부 흥국생명의 루시아 프레스코는 “뉴스에도 코로나19 소식이 많이 나오고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다 보니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 매일 전화하면서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 선수단과 리그 전체가 코로나19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니 많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루시아는 귀국 검토보다 리그를 무사히 마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무관중 경기가 아쉽긴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며 “포스트시즌까지 좋은 성적 올리고 시즌을 잘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다우디 오켈로가 코로나19 뉴스를 보고 내용을 물어볼 때마다 번역해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너무 자주 언급할 경우 선수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어 가급적 이에 관한 대화는 나누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는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어 한국 상황과 한 발 동떨어져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 중인 SK의 새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은 “나를 포함해 내 아내와 동료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아내와 나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여러 해를 보낸 SK의 제이미 로맥은 “한국인들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난 의학전문가와 한국 정부의 조언을 따라 나 자신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진·황민국·윤은용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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