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악학자 로버트 가피아스(Robert Garfias). 우리나라와 일본, 필리핀, 멕시코, 짐바브웨, 중앙아메리카, 미얀마, 루마니아, 터키, 스페인, 포루투갈 등 세계 여러 나라 전통음악 현장을 조사하여 방대한 양의 전통음악 자료를 수집하고 그 기록을 정리한 선구적 학자다. 그는 1960년대 일본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 머물던 중 국악학자 이혜구 박사와 만나게 되면서 한국 전통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록펠러 3세 재단의 기금을 받아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춤을 대상으로 기록사업을 진행했다.
1966년 로버트 가피아스 박사 현지 조사 당시 국악 연주 현장 국립국악원 제공 |
1966년 현지조사에서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다큐멘터리처럼 당시 국악 현장을 기록하지 않고 완전한 정보를 가능한 한 최대치로 얻어내는 기록에 주력했다. 스위스제 나그라 녹음기 등 당대 최고 장비로 기록된 이 기록은 귀중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의 전통예술이 현대로 이어진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대취타’ 등 주요 전통예술 종목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전 기록한 사진과 영상 등이 담겨있다.
국립국악원은 로버트 가피아스의 이같은 자료를 분석한 ‘로버트 가피아스 소장자료 연구(연구집·사진집)’와 기록자의 생애와 연구 과정을 담은 구술채록 도서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1집: 로버트 가피아스’를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60년대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현지조사했던 음악학자 로버트 가피아스 박사 |
이번 작업의 시작은 가피아스 박사가 기록한 자료를 보관한 워싱턴 대학교 민족음악학 아카이브가 한국음악 관련 자료 사본을 2011년 국립국악원에 모두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국립국악원은 이 자료에 대한 분류와 분석을 위해 총 462건의 사진·음향·영상 자료 전체를 갈래별로 나누어 각 분야 전문 연구자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아울러 학술세미나 참석차 2018년 방한한 로버트 가피아스 박사에 대한 구술채록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정리하고, 음향과 영상, 사진 자료에 대한 상세한 기록정보를 바탕으로, 자료 속 인물 정보를 모두 추적하고 완비해 ‘로버트 가피아스 소장자료 연구’ 한 질을 구성하는 ‘연구집’과 ‘사진집’을 출간하였으며, 가피아스 박사의 구술채록 내용을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1집: 로버트 가피아스’(국·영문)로 각각 발간해, 모두 네 권의 책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가피아스 박사는, 1960년대까지 살아있던 한국음악의 ‘즉흥성’이 오늘날 사라져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자신이 기록한 음악과 춤의 기록을 통해 한국의 오랜 유산이 오늘에 기억되고 내일로 잘 전승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국립국악원 김희선 국악연구실장 또한 “과거의 기록이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의 자원이 되는 것” 이라고 밝히며 국악 아카이브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버트 가피아스 소장자료 연구’ 세트와 ‘국립국악원 구술총서 제21집(Oral History Series by National Gugak Center): 로버트 가피아스(Robert Garfias)’ 국·영문본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 ‘연구자료’에서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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