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 등은 전면 중단
헌금 ‘재정 손실’에 결단 주저
일부 교회, 가정·온라인 예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전국적으로 천주교 성당 대부분이 미사를 전면 잠정중단한 가운데 26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 미사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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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안팎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이번 주일예배의 중단이나 가정·온라인 예배로의 대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교회 상당수가 평일예배·새벽기도회·각종 행사와 모임 등은 취소하면서도 정작 신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높은 주일예배 중단은 망설이고 있어서다.
반면 천주교는 26일 현재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전국 모든 성당에서의 공동체 미사를 잠정 중단했고, 불교 조계종도 지난 24일부터 신자들이 모이는 모든 법회를 중지하고 있어 개신교 교회들과 비교된다.
개신교 일부에서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고 집단감염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주일예배를 통해 교회가 ‘수퍼 전파지’가 될 수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가 부실하고 불투명한 조치·대응으로 비판을 받는 와중에 부산 온천교회, 서울 명성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도 주일예배 중단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서울의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의 안내문.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6일 회원교단장 명의로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사순절을 시작하며’란 담화문을 통해 “종교적 예식의 전통을 지키는 일은 소중하지만 이로 인해 교회가 공동체를 더 위험에 빠뜨리거나 코로나19 확산 진원지가 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문은 “신천지의 집회가 수퍼 전파의 주요 포인트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종교예식을 시행하는 개신교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고통에 빠진 시기에 우리의 신앙 형식이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의 집단적 이기심이지 이 세상을 향하신 생명의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담화문은 이어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의 가슴이 창조세계와 공동체를 향한 책임과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면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교회이듯 온라인에서도 교회”라며 온라인 예배 등을 제안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인 신평식 목사는 이날 “각 교단 지도 아래 개별 교회의 당회가 이번 주일예배를 잠정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전하고 있다”며 “더 많은 교회들이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 소망교회의 안내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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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의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소망교회·목회자 확진자가 나온 명성교회 등을 비롯해 대구·부산의 주요 교회들이 주일예배 등의 중단조치를 내렸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는 “주일예배를 함께 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교회 구성원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함께 협력해야 하는 사명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전국적으로 여러 교회들이 주일예배 잠정 중단에 동참하고 있지만 교회 전체 숫자로 보면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교회주의 특성상 개별 교회 담임목사의 결단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신교계 목회자들에 따르면, 교회들이 주일예배 중단이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주일예배가 다른 신앙의례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일부 대형교회는 영상예배가 가능하지만 중소교회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특히 교회 재정에 있어 주일예배 헌금이 중요한 것도 한 이유로 지목된다. 개신교 시민단체의 한 목사는 “월 4회 주일예배 중 한번만 중단하더라도 예산의 25%가 사라져 현실적으로 충격이 된다”며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헌금, 가정에서 헌금을 드린뒤 다음 주일예배에서의 봉헌으로도 가능하다는 제안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여기에 “직접 대면하는 주일예배를 통해 교회의 결속력을 더 다지겠다는 목회자의 뜻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신대 김희석 교수는 최근 SNS에 올린 ‘코로나19 사태와 주일예배’라는 글을 통해 신학적으로 “주일은 구약의 안식일 제도가 완성된 신약시대에 지키는 교회의 제도로 신학적·신앙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주일을 지키기위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며 “그러나 ‘예배당 건물에 모이는 예배’가 유일한 예배가 아니라 우리가 드리는 개인·소그룹·가정 예배 등의 신앙적 행위도 넓은 의미의 예배”라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합천 해인사의 법회 중지 등의 안내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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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더 이상 교회 주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예배와 모임을 최소화하고 선제적 조치로 주일예배를 영상예배·가정예배로 대체하는 ‘임시적 특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는 예배 회피나 말씀에 대한 불복종이 아니라 비상상황에 대한 신앙의 적극적 실천으로써, 바른 예배학적 기초에 의한 바른 언약신학과 하나님 나라 관점에 근거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계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배를 드리는 공간이 반드시 교회여야 하느냐’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또 발생할 수도 있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교회 내에 예배 규정이나 매뉴얼 마련 등도 고민할 때라고 제언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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