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안되면 내달에 최악 우려
자영업자 수입 전망도 8p 하락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
기업 체감경기도 100 밑돌아
코로나19 여파로 가계, 기업,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가계의 소비심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던 2015년 6월과 같은 수준의 충격을 받았고,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빠졌다. 이런 심리지수 악화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 지표에 반영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한 96.9로 나타났다. 이번 하락폭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 이후 가장 컸으며 메르스가 퍼진 2015년 6월과 같다. 게다가 이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이달 10~17일이어서 향후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음달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목별로 보면, 특히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가 어두워졌다. 현재경기판단은 12포인트 급락한 66이었다. 소비와 직결되는 소비지출전망은 4포인트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은 7포인트 내린 81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당분간 여행을 줄이고 영화관, 놀이공원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는 피하며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전체 소비자들의 여행비 지출전망은 9포인트 떨어진 83으로, 한-일 외교갈등이 격화했던 2013년 2월(81) 이후 가장 낮았다. 교양·오락·문화생활비 지출전망도 3포인트 내린 88로 2017년 3월(87)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가 줄면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세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빠졌다. 6개월 뒤 가계수입이 늘어날지 여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자영업자의 이달 가계수입전망은 87로 한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지며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메르스 때(94)보다 전망이 어둡고 하락폭도 깊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크게 어두워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월 전망치가 2월(92.0)보다 7.6포인트 낮은 84.4였다고 밝혔다. 내수(86.5), 수출(89.7), 투자(91.8)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부문에서 기준선인 100에 못 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조금씩 개선되고 있던 기업경기 전망치의 흐름이 코로나19로 단박에 꺾여버린 것이다. 2월 실적치는 78.9로 2009년 2월(62.4) 이후 13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광덕 송채경화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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