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돌파구 찾는 주력산업]<상>반전의 카드는
미중 5G·엣지컴퓨팅 본격 투자
서버용 D램·SSD 등 수요 껑충
올부터 시장규모 크게 늘어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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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V 자’ 반등을 노리던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이란 돌발 변수에 맞닥뜨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 대는커녕 0% 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은 위기가 ‘진짜 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 보고 되레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력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규모의 경제 바탕으로 한 원가 경쟁력 △한 발 앞선 시장선점 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이익이 급락하며 한국 경제 전체를 고개 숙이게 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업계는 5G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고가 제품을 앞세워 반전을 노린다.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 등은 전기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전통의 캐시카우인 조선·철강·정유 부문은 고부부가치 제품 양산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법원이 현지 이동통신 업계 3위 업체인 T모바일과 4위 업체인 스프린트 간 합병을 승인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쾌재를 불렀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들 업체간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5G 투자 활성화를 내걸었던 만큼 개별 기기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컴퓨팅’ 및 5G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반도체 수요 급증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라는 돌발 악재에 발목 잡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5G를 기반으로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린다. 5G는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이상 빠른데다 반응속도가 0.001초에 불과해 향후 자율주행차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시장 확대를 촉발하는 핵심 인프라다. DDR5 기반의 고사양 D램 및 고용량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 외에도 중앙처리장치(CPU)나 모바일애플리케이션(AP) 또한 초미세공정 기반의 고사양이 요구돼 삼성전자가 2030년 1위를 노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
24일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010억 달러에서 지난해 74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든 후 올해부터 급반등이 예상된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은 전년대비 17% 가량 성장한 870억 달러를 기록한 후 이듬해 1,240억달러까지 급성장해 D램 ‘슈퍼사이클’이 다시한번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 또한 2018년 590억 달러에서 지난해 490억달러로 줄어든 후 올해 580억달러, 이듬해 630억 달러로 다시금 상승 곡선을 타게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반도체 매출 상승 랠리는 5G 보급 활성화가 1등 공신이다. 미국과 중국 등이 올해부터 본격 5G 투자를 통해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애플은 올 하반기에 5G 통신칩을 내장한 사상 첫 5G용 아이폰을 내놓는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도 5G 라인업을 확대하고 샤오미, 비보 등의 중저가 라인 중심의 스마트폰 업체 또한 5G 진영에 합세한다. 5G 스마트폰은 LTE용 스마트폰 대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CPU의 연산을 도와 줄 D램의 성능 및 용량 또한 한층 커져야 한다. 모바일용 D램은 전체 D램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서버용 반도체 또한 5G 보급 확대로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5G 보급으로 각종 데이터나 콘텐츠를 기존대비 20배 정도 빠른 속도로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클라우드 기반 업체들의 서버용 D램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올 하반기 인텔이 서버용 신형 CPU인 ‘아이스레이크’를 내놓을 경우 D램 교체 수요 등으로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서버용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반도체 업체에 상당한 호재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43.5%)와 SK하이닉스(29.2%)는 4분의 3 가량을 점유율을 자랑한다. 낸드플래시 시장 또한 지난해 3·4분기 기준 삼성전자(33.5%)와 SK하이닉스(9.6%)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또한 최근 잇따르는 낭보로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스마트폰용 5G 모뎀칩 ‘X60’ 물량을 수주한데 이어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반도체 물량을 양산하는 등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19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현물 가격은 지난 21일 3.31달러를 기록하며 코로나 19 발생 이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 1개당 현물가격은 이달 4일 올들어 최고치인 3.48달러를 기록한 이후 17일(3.39달러), 19일(3.36달러) 등 계속 내리막이다. 현물가격은 매달 말일에 공개되는 고정거래 가격의 일종의 선행지표로 D램 가격 추이를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도 한다. 5G에 따른 시장 활성화 기대에 코로나19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가격이 우상향 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연초부터 신중론으로 돌아서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며 “다만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안정적인데다 코로나 19가 반도체 수요를 몇달뒤로 이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시황에 대한 우려가 과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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