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남편 살인은 계획적… 중형 불가피"
"의붓아들, 직접증거 불충분… 무죄추정원칙"
의붓아들 무죄 판결로 사형 선고 불발된 듯
무기징역 선고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 흘러
의붓아들 아버지 눈물… 한참동안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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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고유정이 지난해 6월1일 긴급체포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약 9개월 만이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이 사건의 선고공판을 열고 피고인 고유정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남편인 피해자를 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유인,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작년 5월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로 받는다. 1심 재판 중이던 작년 9월에는 의붓아들 살해 혐의가 추가됐다. 고유정은 재판 과정에서 전남편 살해에 대해서는 우발적 범행을, 의붓아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 중 전남편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하고 과학법칙에 부합돼야 한다"면서 "의심사실이 병존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의 경우 사망 원인이 비구폐쇄성 질식사로 추정됐으나, 현남편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이어 "현남편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으나 고유정이 차에 희석해 먹였다고 확증할 수 없다"며 의붓아들 사건 관련 검찰의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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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고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다수를 대상으로 살인(2인 이상)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형 20년 이상의 유기 및 무기징역·사형을 내릴 수 있게 한 대법원 양형기준을 고려한 것이다. 검찰이 작년 고유정을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해 병합 요청을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고유정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됐다. 실제로 피해자가 1명인 살인 사건에서 사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다. 가장 최근 사형이 선고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고인 안인득도 5명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됐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경우는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날 재판부가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일부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고유정의 현남편이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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