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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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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DLF·라임·코로나·갈등설…은성수 금융위원장, 사태 해결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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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과 소통 공감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

베이저스 말 인용 '혁신' 강조

아시아경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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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다. 현재 은 위원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연일 동분서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주에만 17일 '2020년 연두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18일 국무회의, 그리고 19일에는 올해 금융위원회의 업무계획과 관련, 간담회를 통해 직접 언론에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금융위 정례회의,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이미 은성수호(號) 출범을 앞두고서도 곳곳에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들은 나왔었다. 지난해 9월 취임 전부터 DLF 사태로 금융권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여기에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하면서 올 한 해 지난한 해결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을 포함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방안마저 마련해야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장 긴말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할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설마저 불거졌다. 은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DLF 사태와 관련 금감원의 제재 결정이 존재한다. 금감원이 지배구조법을 적용해 DLF 판매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징계로 제재키로 결정하면서 이후 금융위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좁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법을 적용할 경우 징계를 내릴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게 됐는데 만약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면 금융위가 확정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지배구조법을 적용한 것을 두고 금융위를 '패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금융위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나오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 권한을 위축시켰고 금융위가 금감원 뒷수습을 하게 되는 모양새가 된 상황이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 변화는 이 같은 의문들을 증폭시켰다. 앞서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이 DLF 제재심에 앞서 손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던 당시 금융위는 "이사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어 올 들어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난 직후에는 "제재심 결정과 관련해 금감원과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결정할 사항은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이 결정할 사항은 금융감독원이 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겨 여운을 줬다. 이 때문에 이번 중징계가 적법한 금감원의 권한이라는 뜻이지만, 이면에는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일이니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의미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은 위원장이 최근 금감원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더 있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갈등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금감원의 임원 인사가 예년보다 2개월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위원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져 있다. 통상적으로는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에게 건의하고, 금융위원장이 조정 등을 거쳐 인사를 내는 절차로 진행된다. 하지만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의 유임 여부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이견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은 좋은 파트너이고 갈등은 없다"며 갈등설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지원 방안 발표 후에도 갈등설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일반 국민에게 (금감원이 금융위를) 패싱 했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며 비상 상황인 것을 감안해 금융지원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 이 같은 갈등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은 위원장은 친근감 있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솔직한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질의응답 중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주위에서 방송 카메라가 찍고 있다고 알리자 "영상을 찍건 말건"이라며 자신의 뜻을 오롯이 알리는 데만 집중하기도 했다. 특히 본인이 참석하는 행사가 끝난 후에는 항상 기다려 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다음 일정을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와중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 반쯤 몸을 넣었다가 다시 나와 언론 질문에 응대하면서 수행원들의 속을 태웠다는 일화도 있다. 여타 금융권이나 당국 수장들이 말을 아끼며 행사장을 빠져나가듯 사라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감원을 직접 방문해 윤석헌 금감원장과 소통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금감원을 직접 찾은 것은 2015년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난 후 4년 만의 일이었다.


또 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의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라는 말과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로 믿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부정(不正)없이 성실히, 그러나 자금 지원 기업이 부도에 직면한 금융회사 임직원을 용인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효성 있는 면책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취임한 은 위원장은 올해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금융의 혁신적 리더십(leadership)을 통해 우리 경제의 도약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의 일성에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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