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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5세대 이동통신

美, 5G 이어 반도체까지 '화웨이 옥죄기'… 삼성·SK하이닉스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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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산 반도체 장비 사용 규제… 해당 장비 쓴 반도체 화웨이 공급도 안돼"
‘글로벌 반도체 구매 3위 ’ 화웨이 수요 위축되면 국내 반도체 업체도 타격 우려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각)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이용할 경우 미국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미 상무부가 도입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또 제3국 반도체 제조업체라더라도 미국산 부품을 25% 이상 사용한 경우 화웨이에 공급하는 데 라이선스를 요구했던 기존 제재 기준을 10%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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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통신장비 사업자인 중국 화웨이가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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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쓰면 안 된다고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을 압박하던 미국이 이제 반도체까지 그 공세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가 전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이면서 동시에 반도체를 써서 휴대전화를 만드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인 만큼 전방위로 사업모델을 압박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화웨이를 제재하면 미 반도체 업체들이 되레 핵심 수익원을 잃고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 상무부 방침에 반기를 들어왔던 미 국방부는 최근 이런 기조를 철회하며 트럼프의 반(反)화웨이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 ‘글로벌 반도체 구매 3위’ 화웨이 타격 불똥 韓 반도체에 튈 수도

WSJ는 미국의 제재 논의가 현실화할 경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같은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산 장비를 써서 화웨이에 공급할 반도체를 만들면 여러 제한이 많은 만큼 대체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하는 곳이 잇따를 것이란 지적이다.

또 신문은 화웨이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상당량 위탁생산하고 있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TSMC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10% 정도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강화 기조로 반도체 구매에 애를 먹을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판매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등을 구매해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총 208억달러(약 25조원)어치의 반도체를 구매하며 전 세계 톱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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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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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뿐 아니라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인 레노버, BBK일렉트로닉스, 샤오미도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 유럽서도 지속되는 5G 갈등, 화웨이 "공장 짓겠다" 공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기업)에 올리며 압박을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이 부품 판매 등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도 화웨이 5G 장비는 정보유출 위험이 크다며 이 장비를 채택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글로벌 2~3위 통신장비업자인 에릭슨이나 노키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화웨이가 ‘백도어(Back door·인위적으로 만든 정보 유출 통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망에 몰래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화웨이는 공식 성명을 내고 "‘백도어’는 범죄 수사를 위해 시스템에 내장된 의무적·합법적 장치로, 통신장비사가 아닌 이동통신사의 소관이며 화웨이는 그 어떤 통신망에도 은밀한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즉각 반박한 상태다.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5G통신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1.2%로 1위에 올라 있다.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터키 등 유럽 내 12개국 사업자와 5G망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유럽에 5G 장비 제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지에서 현재까지 65개 통신사업자와 5G망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 코로나19(우한폐렴) 등으로 잊혀져 가던 양국의 기술전쟁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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