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절도' 휴스턴 미온적인 대처에 실언 겹쳐 MLB 사무국 '설상가상'
기자회견 중 고뇌하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관중 감소에도 중계권 계약으로 많은 돈을 벌어와 찬사를 받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의 실언마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았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17일(한국시간) ESPN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금속 덩어리'(a piece of metal)라고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MLB 사무국이 휴스턴에 내린 징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발언하다가 "2017년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별표'를 한다든지, '금속 덩어리'(우승 트로피) 회수를 요구하자는 따위의 생각은 소용없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MLB 커미셔너가 우승팀의 상징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한낱 금속 조각에 비유한 사실이 알려지자 선수들이 혀를 찼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워싱턴 내셔널스의 구원 투수 션 두리틀은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지금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야말로 이 종목의 성배이며, 우리가 2월 초부터 그라운드에 서서 늘 생각하며 지향하려 노력하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두리틀은 커미셔너로서 농담으로라도 그런 얘길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중심 타자 저스틴 터너는 "커미셔너의 발언은 그가 얼마나 선수들과 동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의 공식 명칭이 '커미셔너 트로피'란 점을 들어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제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워싱턴과 우승 트로피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번 롱고리아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 트로피가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며 "1년에 175경기 이상을 뛰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건 (선수들의) 피와 땀, 눈물"이라며 맨프레드 커미셔너를 반박했다.
스프링캠프의 막이 오르면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MLB 사무국의 미온적인 대처에 격한 말을 쏟아낸다.
MLB 사무국은 2017년 전자 장비를 활용해 상대 팀의 사인을 불법으로 훔친 휴스턴 구단을 3가지로 징계했다.
먼저 선수단 관리 책임을 물어 단장과 감독에게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처분했다. 둘은 MLB 사무국의 발표 후 곧바로 해고당했다.
또 2020∼2021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박탈했고, 휴스턴 구단엔 500만달러의 벌금도 물렸다.
다만, 선수들은 징계하지 않았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 모인 각 팀 선수들은 '선수 주도로 이뤄진 사인 절도'라는 MLB 사무국의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당연히 휴스턴 선수들도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LB 최고 연봉(3천766만달러) 선수로 발언의 무게감이 남다른 마이크 트라우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휴스턴 선수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MLB 사무국이 더 큰 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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