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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새 취업자 56만8000명, 그 중 50만명은 60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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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용 부진한 탓 1월 지표 훈풍

제조업도 22개월만에 반등했지만

40대는 일자리 8만4000개 줄어

2월엔 신종코로나 영향 받는데다

기저효과도 사라져 전망 어두워

‘풍요 속 빈곤’이다. 신규 취업자는 5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고, 고용률은 1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썼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뜯어보면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여전히 취업자 증가 폭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이 책임졌다. 재정을 투입해 만든 초단기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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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취업자 56만8000명 증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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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2일 내놓은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0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56만8000명 늘었다. 2014년 8월(67만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0%다. 월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최고 기록이다. 지난달 실업자는 115만3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만1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줄어든 4.1%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가 8000명 늘며 22개월 만에 증가한 것도 긍정적이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18년 하락세를 보인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고, 의료정밀·금속가공 제조업 분야에서도 취업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 훈풍 이면의 그늘도 여전하다. 자녀와 부모 부양을 맡고 있는 40대는 연령대 중 유일하게 취업자와 고용률이 모두 줄었다. 40대 취업자는 지난달에 전년 대비 8만4000명 감소했는데, 51개월째 내리막이다. 60대 이상 취업자가 1년 전보다 50만7000명 늘어나며 82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의 89.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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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고용률만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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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 개시 시기를 기존 3월에서 올해부터 1월로 앞당긴 점, 설 연휴를 맞아 고용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별 취업자 증가를 보면, 나랏돈에 의존한 채용 인원이 많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18만9000명의 취업자가 늘었다. 설 연휴 택배 물량 등이 늘어나면서 운수·창고업 취업자 수가 9만2000명 늘어 두 번째로 많이 증가했다.

고용 훈풍이 2월 이후에도 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어서다. 홍남기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서비스업 등에 영향을 미쳐 고용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역(逆)기저효과도 우려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고용 지표의 개선에는 지난해 1월 취업자 수가 전년동기대비 1만9000명밖에 늘어나지 않는 ‘기저효과’의 덕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2월에는 전년 대비 26만3000명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앞으로 전년 대비 증가 폭을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3만개 늘어난 74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역기저효과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니라, 민간 일자리 활성화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에도 부정적”이라며 “민간 기업이 새로운 사업 개척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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