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이 11일(현지 시각)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3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경선에서 1,2위를 다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적하기 힘들 것이란 민주당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이 토론회에서 노련한 언변을 보여준 클로버샤에게 향한 것으로 보인다.
뉴햄프셔에서 3위를 기록한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 /클로버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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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각) 민주당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 95% 결과 클로버샤는 19.7%를 득표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5.9%),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24.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클로버샤는 앞서 4일 아이오와에선 12.3%의 지지율로 워런 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밀려 5위를 기록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3위로 급상승 했다. 확보한 대의원 수는 1명에서 7명으로 뛰었다.
클로버샤는 검사 출신의 3선 정치인이지만 선거에 뛰어든 초반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그녀의 공약이 너무 실용적이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거나(워싱턴포스트), 샌더스나 워런에 비해 덜 야심차고 조심스러워(복스) 유권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클로버샤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새로운 건강보험체계 구축 대신 처방약의 가격 억제를 주장한다. 기후 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하지만, 셰일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혈암층에 고압으로 액체를 주입하는 방안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7일 미 ABC방송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과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고 힘있는 메시지로 트럼프를 비판해 현장 관중은 물론 미 주요 매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클로버샤는 "트럼프는 모두를 탓한다. 모든 게 잘못이라고 한다. 그는 버락 오바마를 탓하고, 볼티모어를 탓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탓하고, 자신이 지명한 에너지 장관을 탓하고 (그린란드 매각을 거부한)덴마크를 탓한다"며 "나는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 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대신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클로버샤의 급부상은 트럼프에 이길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현재 1위를 달리는 샌더스는 과하게 좌편향된 공약으로 트럼프로부터 '공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티지지는 한국으로 따지자면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지자체장 출신의 후보여서 같은 민주당 후보들로부터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클로버샤가 트럼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승산이 있는 후보라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위스콘신은 클로버샤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와 인접한 곳이다. 클로버샤는 미네소타에서 3선을 했는데 모두 높은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를 꺾었다.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워런이 샌더스와 차별화 되지 않는 공약으로 빛을 잃어간다는 점도 클로버샤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다. 클로버샤는 지난 2018년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청문회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여성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일각에선 중도파인 클로버샤가 부티지지와 지지율을 양분하며 샌더스에게 1위의 길을 터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로버샤는 부티지지에게 없는 전국구 경험을 강조하며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까지 예정된 두번의 TV토론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실히 다질 계획이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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