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기성용이 2018년10월16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파나마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손흥민을 토닥이고있다. 2018.10.16. 김도훈기자 |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사활을 건 영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다.
전북 현대는 기성용이 이달 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해지한 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마침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했고, 기성용이라는 다른 차원의 선수를 데려오면 흥행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서울이 미온적 태도로 나온 것과 달리 전북은 과감한 베팅으로 기성용의 마음을 흔들었다. 전북이 제시한 조건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연봉은 K리그 최대규모인 20억원 수준이었고, 기타 수익까지 보장했다. 등록 기한이 지나 기성용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6강에 활용할 수 없음에도 상상 이상의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 1월 서울로부터 찬밥 신세를 받은 기성용 입장에선 매력을 느낄 만한 제안이었다. 돈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전북이 기성용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라 선수도 고마움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북 선수들도 기성용과 소통하며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냈다.
전북은 기성용이 K리그 타구단으로 이적할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일부 지불할 의지도 있었다. 알려진 200만 유로(약 26억원)를 전부 낼 수는 없지만 전북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금액이라면 기꺼이 지출해 기성용을 영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사실상 4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쓸 방침을 세웠다. 서울과도 협상 창구를 열어놓고 위약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였다. 그러나 서울 쪽에서 기성용의 K리그 타 구단 이적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전북은 손이 묶였다.
전북은 분쟁, 극단적으로 소송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기성용을 영입할 수 있었다. 기성용은 자유계약(FA) 신분이라 전북 이적에는 걸림돌이 없다. 영입과 프로축구연맹 등록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정으로 가면 위약금 전체를 지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성용이 서울과의 첫 협상에서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 받은 상황이 소명되면 금액은 줄어든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었다. 실제로 전북 내부에서도 법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은 판단을 온전히 선수에게 맡겼다. K리그에서 공존하는 구단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동시에 무리하게 전북이 위약금을 지불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선례를 만드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기성용은 양측 모두를 고려해 K리그 복귀 불가를 선언했다. 전북 입장에선 아쉬운 결말이다. 전북은 최근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한승규를 보내는 등 서울에 협조적인 태도로 나섰지만 준 대로 돌려받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전북은 이번 사건을 통해 빅네임 영입의 효과를 실감했다. 기성용 수준의 선수가 K리그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프로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전북이 차원이 다른 수준의 선수 영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전북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영입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수준 높은 선수가 받는 관심의 크기를 상세하게 목격했다. 전북은 앞으로 국내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빅네임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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