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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신종코로나 확산, 중국 동포·자영업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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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에 일자리 잃은 중국 동포

세계일보

서울 대림동 중국동포 거리 (자료사진)


“중국말 들리면 손님들이 불편해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일부에서 중국인 접촉을 우려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 동포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손님들이 중국인 접촉을 불편해 하자 일부 업주들은 그간 저임금으로 사용한 중국 동포를 대신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인을 채용해서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 동포 A씨는 “부천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는 중국 동포라고 하자 바로 일이 없다고 해서 대림동까지 오게 됐다”며 “신종코로나 때문에 중국 동포들을 꺼린다. 아무래도 걱정이 크다 보니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 입구에는 ‘중국에 방문했던 사람이나 중국 교포분은 증상이 없더라도 들어오지 마시고 구인·구직 상담은 전화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이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일거리가 20∼30% 정도 줄었는데 지금은 60∼7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사무실 문을 닫고 휴대전화나 전산으로만 영업하는 업체들도 많다”고 전했다. 중국인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외국인노동자는 무려 52만 8063명에 달한다. 이중 한국계 중국인(중국 동포)은 18만 185명(33.5%)으로 가장 많다. 중국인도 1만 6963명이나 된다.

중국 동포 기피 현상은 손님과 마주칠 일이 많은 일자리에서 심각하다. 업주들은 중국인을 불편해하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이들의 채용을 꺼린다고 한다.

가사도우미를 알선하는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이후로는 중국 동포를 보냈다가 ‘이 시국에 중국 동포를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되도록 한국 사람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B씨는 “체감상 일감이 70%는 줄었다”며 “주는 돈도 적어졌다. 사장들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되니 식당이나 모텔, 마트 등에서 나오는 일용직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자영업자 이중고 ‘손님 없고 비싼 한국인 채용’

특히 식당가는 경기 위축에다 신종코로나까지 겹쳐 중국 동포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평소에는 가게 앞에 주차하기도 힘들었는데 신종코로나로 식당이 텅텅 비어 있다”며 “식당에 들어오면서 종업원이 한국인인지 중국 동포인지 묻는 손님도 있어 중국 동포는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종업원을 뒀던 한 양꼬치집에서는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이 식당을 찾았다가 중국어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식당 사장 D씨는 “어쩔 수 없이 중국 동포 종업원을 내보냈다”고 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던 E씨는 “중국인 알바를 해고하고 한국인을 채용했다”며 “신종코로나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인건비 지출은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건설 현장에서는 최근 중국을 다녀오지만 않으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편이다.

일용노동자를 알선하는 F씨는 “하루 100명 정도 일자리를 찾아주는데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며 “건설 현장은 워낙 인력이 부족해 계속해서 중국인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동선 상권은 더 힘들어

지난달 말 신종코로나 5번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는 한산하기만 하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바깥 활동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나온 결과다.

11일 YTN과 인터뷰한 마트 직원은 “손님이 전보다 줄었다”며 신종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음식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확진자가 다녀가진 않았지만 같은 동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

주변 식당 주인은 “(손님이) 진짜 반도 안 된다”면서 “다 소독하고 그릇 같은 거 뜨거운 물로 다 삶았다. 진짜 힘들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신종코로나 예방을 마쳤지만 손님들이 꺼리는 건 마찬가지다.

한 음식점은 매출이 평소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음식점 주인은 “(재개장한 날) 매출이 2만 1600원이었다”고 말했다. 마트, 식당뿐 아니라 확진자 동선 안에 있는 상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확진 환자가 방문한 장소는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에 파악돼서 모두 철저한 소독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공간에 대해 폐쇄를 하거나 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 접촉을 우려하는 분위가 확산하면서 중국 동포들과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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