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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 통신요금, 月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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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가 등장했다. 알뜰폰 업체 LG헬로비전이 지난 5일 한 달에 3만9600원(세금 포함)을 내면 데이터 9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작년 11월 9GB를 주는 5G 요금제를 4만4000원에 출시했고, 이어 엠모바일도 4만5100원(프로모션 가격)짜리 요금제를 내놨다. 좀처럼 5만원대 미만으로 안 떨어지던 5G 요금제 벽(壁)이 우르르 무너진 모양새다. 정부는 "올해 중·저가 5G 요금제 시대를 열 것"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싼값의 통신 요금은 역대 모든 정부의 정책 목표였다.

9일 본지가 국내에 나온 15종의 5G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겉모습은 이전보다 저렴한 상품이 대거 등장했지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오는 통신 요금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 소비자가 간과하는 '선택적 요금 할인제(25%)'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대부분 갤럭시S10과 같은 5G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묶어 판매한다. 이때 단말기 보조금을 안 받을 경우, 정부가 정한 25%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반면 LG헬로비전과 같은 알뜰폰 업체는 주로 통신 요금제만 판매하기 때문에 요금 할인제는 받을 수 없다. 이런 선택적 요금 할인제를 적용하면, 오히려 알뜰폰 3사의 3만~4만원대 5G 요금제가 SK텔레콤의 같은 상품보다 2000~4000원이 비쌌다.

통신 3사 5G 요금, 작년과 차이 없어

국내 5G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460여만 명이다. 10명 중 한 명이 4세대인 LTE(롱텀에볼루션)에서 5G로 갈아탄 셈이다. 대부분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가입자다. 수십 곳에 달하는 알뜰폰 업체의 5G 가입자는 1000명도 안 된다. 알뜰폰 업체는 통신 3사가 구축한 통신망(網)을 임차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데, 작년 11월에야 KB국민은행이 첫 5G 상품을 내놨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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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의 5G 요금제〈표 참조〉는 작년과 큰 차이 없다. 가장 싼 요금제는 5만5000원으로 데이터를 8~9GB 제공한다. 통신 3사 모두 같은 금액이다. 데이터 150~200GB를 주는 상품은 7만5000원(SK텔레콤·LG유플러스)이다. 데이터 무제한 상품은 월정액 8만원(KT)~8만9000원(SK텔레콤) 정도다. 과거 LTE와 비교하면 1만~2만원 정도 비싸게 책정된 것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5G 통신망 구축에만 조(兆) 단위 투자가 선행된 상황이라서 당장 LTE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체의 요금제는 이보다 꽤 낮다. 매월 데이터 8~9GB를 주는 요금제는 4만원 안팎이며, 데이터 180~ 200GB인 요금제는 6만원대다. 알뜰폰 업체 가운데 LG헬로비전·KB국민은행·엠모바일이 5G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내놨고, 앞으로 한두 달 새 적어도 5~10곳 정도가 5G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물론 경쟁업체가 늘어난다고 현재보다 요금제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 통신 3사에 같은 금액의 통신망 이용료를 내기 때문에 손실을 각오하지 않는 한 비슷한 요금제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싼 것 같지만, 절대 싸지 않은 알뜰폰

요금제만 놓고 보면 알뜰폰이 통신 3사보다 1만~1만5000원 정도 싸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통신 3사의 요금에선 추가 25%의 할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10을 구매하면서 5G 요금제에 들면,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든가 요금을 25% 할인해준다. 이 할인 폭이 꽤 커서, 대부분 소비자가 단말기 보조금보다는 요금 할인을 택한다. 결국 소비자의 체감 5G 요금(데이터 8~9GB)은 25% 할인된 4만1250원으로 뚝 떨어지고, 이는 알뜰폰 요금제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심지어 데이터 150~200GB 요금제에선 이런 할인을 받은 통신 3사의 요금 상품이 알뜰폰보다 저렴한 현상까지 발생한다. 통신 3사는 알뜰폰보다 각종 포인트 혜택이 많은 데다,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인터넷TV)와 묶어 추가 할인까지 제공한다. 예컨대 KT 프리미엄 가족결합은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고 가족 중 2명 이상이 5G 슈퍼플랜 베이직 요금제(월 8만원)를 쓰면, 25% 요금 할인 받은 금액에다 추가 할인(최대 1인당 월 2만원)을 해준다. 최저 4만원까지 떨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폰이 통신 3사보다 한 푼이라도 싸지 않다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알뜰폰의 강점은 '중고폰'의 재활용이다. 집에 안 쓰는 중고폰이 있을 때 알뜰폰에 가입하면 별도로 비싼 신제품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신형 스마트폰을 사면서 요금제에 약정 가입'과 같은 조건을 붙이는 게 대부분이다. 중고폰이나 중국산 저가폰을 10만~20만원에 산 뒤,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신형 스마트폰 구매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LTE 때 알뜰폰에 주로 가입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중고폰 수요층이었다. 문제는 5G폰은 작년 4월에야 등장했기 때문에 중고폰 유통량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중국산 5G폰도 아직은 비싸서, 10만원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는 '2년 약정'이라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는 데다, 중도 해지 시 약정 위약금을 물린다"며 "이런 약정의 폐해 없이 통신을 가입·해지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알뜰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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