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후보에 도전장을 낸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며 다른 경쟁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 했다. 블룸버그는 아직 경선 레이스에 뛰어 들지도 않았지만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 마이클 블룸버그 페이스북 |
이날 NYT에 따르면 블룸버그 선거 캠프는 5일 메일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블룸버그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주변인들에게 보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메일 본문에는 "아이오와에서의 혼란은 우리가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사람이 블룸버그라고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블룸버그는 최근 외부 행사에서 "굳이 기부금을 줘야 겠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 전국위원회나 진보단체인 스윙레프트에 보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돈으로 선거운동을 치르는 블룸버그는 세계 9위의 부자다. 순자산이 600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한다. 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재력 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유권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는 대신 입소문을 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 전략이 다른 민주당 후보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바이든 지지자인 셰닌 스펙터 필라델피아 변호사는 "블룸버그는 현금 기부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면서 다른 후보들에 대한 지원을 고갈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보 가운데 거액 기부자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자금 모금에 성공한 건 버니 샌더스 뿐이다. 부티지지는 아이오와에서 선거자금 대부분을 지출해 지지자들에게 추가 기부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과 워런은 광고 비용을 줄여 왔으며 아이오와에서의 저조한 성적으로 앞으로 자금 모금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05년 뉴욕시장 재선에 나섰을 때도 같은 전략으로 경쟁자였던 페르난도 페러의 기부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 유권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민주당 텃밭이었던 뉴욕에서 재선에도 성공했다.
블룸버그가 정치적으로 ‘중도’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후보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도층을 타깃으로 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샌더스와 워런이 주장하는 민간의료보험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에 반대한다. 워런의 부유세 부과 주장은 '헌법에 맞지 않다'고 했고 금융업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에 본격 뛰어드는 건 3월 3일(수퍼 화요일)이다. 그는 앞서 아이오와, 뉴햄프셔 등 2월 중에 실시되는 4개 주 경선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개 주에서 얻는 대의원 수는 전체의 5% 뿐이어서 체력을 아껴 수퍼 화요일부터 경선을 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1942년생인 블룸버그는 폴란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2년 존스홉킨스 대학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졸업 후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에 합격했다. 졸업 후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증권사에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단말기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블룸버그 통신을 설립하며 미디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 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다 2001년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할 때 갑자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이력도 있다.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트럼프 최측근 루돌프 줄리아니의 지원으로 승리했고 2005년에 재선도 성공했다. 2007년 돌연 공화당을 탈당, 다음해 뉴욕 시장선거에 세번째 출마해 당선됐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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