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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면죄부 얻은 트럼프…반전 없이 맞는 미 대선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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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서 탄핵안 부결

25분 만에 직권 남용·의회 방해 혐의 모두 무죄로

여론 설득 못한 민주당 패배…국론 분열만 재확인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기각된 5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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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 드라마’는 예견됐던 대로 미 상원이 5일(현지시간)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완전히 막을 내렸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해 9월24일 탄핵조사 개시를 선언한 지 134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가 부여됐다. 민주당은 여론을 움직이는 데도,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벽을 넘는 데도 실패했다. 다만 재선 도전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붙이는 데엔 성공했다.

미 상원의원들은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출석한 상원의원들은 차례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유죄’ 또는 ‘무죄’ 의사를 밝혔다. 탄핵심리를 주재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직권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언했다. 134일간 진행된 탄핵 정국이 단 25분의 상원 표결로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예상됐던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려면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명 이상이 2가지 혐의 중 하나라도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가운데 최소 20명이 등을 돌려야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공화당에선 밋 롬니 상원의원 1명만 탄핵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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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이와 연계시켰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탄핵 절차를 지난해 9월24일 개시했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의 벽에 가로막힐 공산이 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실상을 밝힘으로써 여론을 움직인다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비공개 청문회와 정보위원회 탄핵조사, 법사위원회 탄핵소추안 심리,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밟아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외국 정부에 정적에 대한 수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는 증언을 이끌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주장한 증언들은 ‘전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원은 탄핵 조사 개시 발표 85일 만인 지난해 12월18일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하원이 탄핵소추안과 함께 넘긴 증거자료와 심리 서류는 2만80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극히 일부의 여론조사를 제외하곤 트럼프 대통령 직무를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이 50%를 넘긴 적이 없었다. 민주당이 상원 탄핵심판 막판 총력을 기울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소환도 공화당의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탄핵 드라마가 일단 마무리된 만큼 미국은 대선 정국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 탄핵 국면을 통해 양당 및 국론 분열의 깊이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3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극한 대립과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면죄부를 받았음을 적극 부각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민주당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정치적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무법을 정상화했다. 대통령은 영원히 탄핵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볼턴 전 보좌관의 하원 청문회 소환 등 우크라이나 스캔들 불씨를 이어감으로써 ‘반트럼프’ 진영 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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