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첫 해 성적표 '뒷걸음질'
대규모 투자에 출혈경쟁으로 비용 급증
가입자 확대로 매출은 늘어…실적 개선 기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KT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받아든 첫 연간 성적표에서 또 한 번 뒷걸음질쳤다. 대규모 5G 투자 부담에 고객잡기용 출혈경쟁으로 마케팅 비용까지 급증한 탓이다. 영업이익 1조 클럽 수성에는 성공했으나 전년 대비 감소폭은 9%에 달한다. 다만 5G 가입자가 목표 수준에 근접하며 무선서비스 매출은 턴어라운드했고, 미디어ㆍ콘텐츠 사업도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5G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올해부터는 KT를 비롯한 통신3사의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통신3사 첫 발표 KT, 영업익 한 자릿수 감소= KT는 5G 상용화 원년인 2019년(연결 기준) 매출 24조3420억원, 영업이익 1조1510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5G를 비롯한 유무선 통신사업과 미디어사업 성장세로 매출은 전년 대비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8% 감소했다.
이는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등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KT가 5G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설비투자(CAPEX)로 집행한 비용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3조2568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케팅 비용은 2조73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4% 늘어났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은 아현 국사 화재 악재가 겹친 2018년의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부문별로는 무선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6조970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무선서비스 매출(6조5663억원)은 5G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턴어라운드했다. 전체 무선 가입자는 2192만명으로 연간 80만명 순증했다. 5G 가입자는 142만명으로 전체 후불 휴대전화 가입자의 10% 수준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는 KT가 기대했던 150만명에는 조금 못미치는 수치다.
4분기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멤버십 포인트 사용액을 매출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전년 대비 0.3%, 전기 대비 1.8% 줄었다. 기존 방식으로 산정한 4분기 ARPU는 전년 대비 2.1%, 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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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4조6971억원으로 나타냈다. 초고속 인터넷 매출(2조157억원)은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디어ㆍ콘텐츠 사업 매출은 13.5% 늘어난 2조74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금융사업 매출은 BC카드 국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1% 줄어든 3조4118억원, 기타서비스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2조4267억원으로 집계됐다.
KT 관계자는 "5G 가입자 확대로 전체 매출이 증가했고, 5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며 "인터넷과 미디어 매출도 각 2조원대를 돌파하며 견조한 성장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2월 현재 KT의 5G 기지국 장비 수는 개통 기준 7만1000여개를 넘어섰다. 올해는 실내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한편, 5G 단독모드(SA)도 도입한다는 목표다.
◆이통사 5G 힘입어 올해 실적개선 기대= 이번 실적 발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결과를 반영한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통신 3사 중 스타트를 끊은 KT에 이어 7일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역시 대규모 투자 부담과 출혈 경쟁의 여파를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통신 3사는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직후 70만원대 공시지원금을 푸는 등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최대 23%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 부담까지 업고 있었던 업체로선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후 보조금 경쟁은 한풀 꺾였으나 출혈 경쟁 여파는 4분기 마케팅 비용에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최소 1분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후 5G 대중화 시대와 함께 본격적 회복 기조에 접어드는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5G 가입자(208만명)를 유치한 SK텔레콤의 ARPU는 지난해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상태다. KT와 LG유플러스의 ARPU도 개선이 기대된다. 현재 500만선에 육박하는 5G 가입자 수가 1000만선까지 확대되며 고가의 5G 요금제를 발판으로 실적에 힘을 보탤 것이란 관측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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