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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초비상] 부품난에 멈춰선 ‘쌍두마차’…한국 車산업 ‘생산절벽’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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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가동 중단 쇼크

中공장 가동해도 정상화까지 일주일 걸려

쌍용차 12일까지 셧다운…르노삼성 주시

“돌발 변수에 취약…부품수급 다각화를”

헤럴드경제

기아차가 와이어링 부품 수급 차질 문제로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이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4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이 출하되는 차량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공장 직원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며 말을 아꼈다. 박해묵 기자


4일 현대차 울산 공장 제네시스 라인 가동 중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과 이에 따른 부품 공급이 멈추면서 생산라인을 운영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생산 절벽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올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위한 장기 플랜과 핵심부품의 국내 생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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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난’ 현대·기아차 비상체제로=기아자동차의 생산량 조절에 이어 현대자동차는 이날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 부품은 자동차용 전선 제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수급 문제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링을 생산하는 중국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생산 중지 명령이 내려져 부품 공급의 차질을 빚었다.

국내 업체들은 대다수 중국에서 생산된 해당 부품을 사용한다. 국내 공장에서 확보하는 재고는 통상 1주일치 정도다. 모델과 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달라 호환이 어렵고, 종류가 워낙 다양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기아차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은 전날부터 일부 거치대에 차체를 올리지 않고 빈 상태로 라인을 운영하는 체제로 돌입했다. 공장·공정별로 차이는 있지만, 차량 생산 대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이날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휴업한다. 이미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5공장 51라인은 1조 근무부터 부품 부족으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팰리세이드, GV80, 싼타페 등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 등도 휴업 중단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향후 그랜저 등 세단을 담당하는 아산공장까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와이어링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공장 생산까지 멈춰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시기인 만큼 생산성 확보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접 타격’ 중견3사도 속도 조절=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GM) 등 중견 3사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곳은 쌍용차였다. 와이어링 수급 차질로 이날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문을 닫는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어려워져서다.

한국지엠은 지난 주말 국내공장에서 예정됐던 특근을 모두 취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유도 있지만, 생산속도 조절과 방역 활동의 일환으로 잔류 근무 인원을 최소화했다”며 “이번 주까지 공장은 정상 가동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공장 가동엔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 내에서 부품 구매를 담당하기 때문에 아직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며 “다만 사태가 길어지면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글로벌 공급 체계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중국 공장이 예정대로 가동되더라도 부품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협력사까지 피해는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車산업 ‘총체적 위기론’ 급부상=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축은 진행형이다.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 아닌 지속적인 생산 감소에 신종 코로나 악재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 크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1년 466만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400만대를 밑돌았다. 2012년 317만대를 기록했던 수출은 지난해 240만대로 감소하며 수출 의존도를 61%로 하락시켰다.

특히 부품산업 매출 가운데 OEM(주문자 위탁 생산 방식)은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부품의 국내 유턴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거래 조달 문제”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직 계열화와 통합구조가 강해 이번 사태와 같은 돌발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산 재가동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의 필요성도 요구된다. 국내와 동남아 지역 등 가능한 지역의 부품 수급을 늘리고 항공기를 통한 빠른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물류비용 등 경제성의 논리로 부품사를 한 곳에 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를 통해 부품 공급 다각화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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