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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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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꺼리는 黃… 한국당 공천전략이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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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출마 지역 아직도 못정해

신인 공천 등 온갖 아이디어 난무

당내 "김병준이든 유승민이든 다른 거물급에 출마 요청해야… 자꾸 피하면 총선에도 악영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15 총선 출마 지역구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당내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서울 각지에서 황 대표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조사를 은밀히 실시한 데 이어, 3일엔 서울 종로에 정치 신인을 공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선 "황 대표 주변에선 '이낙연 대 황교안' 구도가 부담스럽겠지만, 결단이 늦어질수록 '겁쟁이' 이미지가 퍼져 선거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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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이낙연·황교안 - 이낙연(왼쪽)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이날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반면 종로 출마설이 나오는 황 대표는 출마 지역구를 확정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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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박완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 신인'을 종로 지역구에 차출한다는 설에 대해 "여러 안 가운데 하나"라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총선 때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지역구(부산 사상)에 27세 신인 손수조 후보를 내세웠던 걸 벤치마킹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 종로엔 이낙연 전 총리의 힘을 뺄 목적의 젊은 신인이 등판하고, 자연스레 황 대표는 다른 지역에 출마하게 된다. 그러나 당내에선 "적절한 명분 없이 신인을 내세워 종로 대결을 피한다면 '도망쳤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당내에선 서울 종로 외에 구로, 마포, 양천, 영등포, 용산 등이 황 대표 출마 지역구로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 측근 일부는 아예 "대표가 지역구 출마를 접고 총선 전체를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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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종로구 예비후보로 공식 등록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3일 4·15 총선 서울 종로 예비후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등록 신청서. /연합뉴스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출마할 게 아니라면 하루빨리 다른 거물급 인사에게 종로 출마를 공식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합을 논의 중인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나, 이미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등에게 종로를 넘기고 황 대표는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종로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종로 출마와 관련해 빨리 결단을 해야 야권 통합신당 전체 공천판에 윤곽이 그려진다"고 했다. 황 대표 측은 "정치 신인 등판 외에도 황 대표 또는 간판급 주자의 종로 출마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여권에선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는 '훈수'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험지가 아닌 곳에) 여론조사를 해대면서 다른 주자들에게는 '수도권 험지에 나가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종로, 여론조사를 보니 '더블스코어'던데 그래도 나가라. 가망 없는 싸움이지만 최선을 다해 명예롭게 패하라"고 했다. 황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의 여권 출마자들도 "황 대표가 오겠다면 환영"이라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가급적 결정을 늦추며 변수를 줄이고 싶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종로 외의 선택지로 피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소장파 의원은 "이젠 '종로 출마는 여권 프레임'이라는 구호에도 보수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경제난에 영입 실책까지 겹치며 야권에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황교안 종로 회피' 프레임이 최대 악재로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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