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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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지난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1%로 떨어졌다. 이는 2019년 10월(39%)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이여자(20대·여성)'의 이탈 여파가 컸다. 정권 초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여성층 지지는 95%(한국갤럽 2017년 7월 조사)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현재, 지지율은 50%대로 떨어졌다.
◇文대통령 핵심 지지층 '20대·여성' 이탈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1월 5주차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비율은 41%였다. 부정 평가한 응답은 50%였다. 지난해 10월 39%까지 떨어졌던 긍정 응답 비율은 12월 49%로 올랐으나, 올해 들어 다시 하락세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성, 20대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여성 응답자 중 문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비율은 41%로 직전 조사(1월 3주차)보다 7%포인트 떨어진 반면, 부정 평가는 49%로 8%포인트 올랐다. 연령별로는 20대(18~29세)의 긍정 응답 비율이 35%로 6% 포인트 내렸고, 부정응답 비율은 48%로 10%포인트 올랐다.
문화일보가 지난 28일 발표한 '총선관련 여성 여론조사 결과 통계표(조사기관 엠브레인, 조사대상 1000명,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과거에는 지지했으나,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여성 응답자 비율은 28.1%였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3.9%, 30대·40대가 각각 26.9%, 50대 33.1%, 60세 이상이 28.7%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지지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는 10%였다.
한국갤럽은 여성들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로 '우한 폐렴'을 들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015년 5월 한 달간 40% 내외였던 박근혜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6월 셋째 주 29%까지 하락했다가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시 30%대를 회복했다"며 "그때도 여성에서 변화 폭이 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원종건(27)씨의 '미투'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4·15 총선 출마를 선언했던 원씨는 옛 여자친구가 데이트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자 지난 28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곧바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여성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문제를 외면하는 정당에 21대 국회 자리는 없다"며 "2018년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에 대한 제대로된 응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바른인권여성연합은 "민주당이 겉으로는 여성들의 인권을 위하는 정당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감성팔이로 눈을 속이는 표 장사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文 떠받친 '이여자' 월별 지지율 95%→52% '반토막'
현 정권은 여성, 20·3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 전반에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하며, 국정 100대 과제로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 등을 내걸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됐다. 또 고용노동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부처에 성평등 전담부서(양성평등정책담당관)가 생겼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분석한 한국갤럽의 월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2017년6월~2020년1월)에 따르면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율은 95%에 달했다. 그러나 20대 여성 지지는 점차 하락하며 2019년 9월에는 5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정 응답은 1%에서 31%로 올랐다. 여전히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응답 비율이 부정 응답보다 높긴하나, 지지율은 2년 2개월 사이에 43%포인트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단순히 젠더(gender·性) 이슈,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불안감 탓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지지율 하락 추세에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 가치로 내건 '공정·평등·정의'가 훼손됐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2019년 9~10월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등의 논란이 첨예하게 불거졌을 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정"이라며 "20대는 특히 불공정에 대해서 분노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등돌린 20대 남성⋯ 20대 이탈, 30·40대로 확산될까
김 교수는 "2018년부터 이미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또래집단효과(peer group effect) 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유독 이 정권에서 젠더 이슈가 많았던 탓에 여성·남성의 지지율 격차가 컸으나 결과적으로 20대, 청년이 지향하는 가치는 같다"며 "정부의 불공정,이중성에 실망하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18년 6월 81%에서 7월 64%로 17%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 지지율은 84%로 변동이 없었다. 이 당시는 '미투' 열풍이 불던 시기다. 그해 11월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 근처 술집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이 여성 혐오 사건으로 오인되면서 젠더 갈등이 극대화되기도 했다. 20대 남성 지지 이탈에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던 20대 여성 상당수가 시차를 두고 문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20대 지지층 이탈 현상이 지속될 경우 현 정권의 가장 탄탄한 지지층인 30·40대 지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교수는 "이 정부의 가장 탄탄한 지지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인데 이들까지 흔들릴 경우 그때는 (문 정부의 지지 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신종플루, 박근혜 정부 때에는 메르스 사태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초반에는 불안감이 컸지만 정부 대처가 괜찮았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대응을 잘한다면 지지율이 계속 빠지지는 않을 수 있다.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절반 이상이 무당층⋯ '이여자·이남자' 총선서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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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20대 이탈표 잡기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월 5주차)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53%가 스스로를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無黨層)이라고 밝혔다. 직전 조사 대비 11%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30%에서 26%로 떨어졌다. 문 정권 출범 이후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반사사익을 기대할 수 있을법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탈표를 흡수하지 못했다. 20대의 한국당 지지율은 10%로 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청년 인재 영입과 청년 맞춤형 공약으로 청년층 공략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이 영입한 인재 15명 중 30대 6명, 40대 4명 등 40대 이하가 10명이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 1, 2호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육성을 내놨다. 3호 공약으로는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지하철·GTX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에 청년벤처타운과 신혼부부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청년·신혼주택 5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청년 20명으로 구성된 '사회통합 청년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청년들이 직접 일자리·국방·주거·교육·공정사회 등과 관련한 청년 정책을 연구한다. 한국당은 또 총선 공천 심사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 정의당은 만 20세 청년들에게 3000만원을 국가에서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등을 내걸었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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