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대는 文정권" "통합 원칙 단호히"… 통합 역류 차단 나선 黃·河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1일 "문재인 정권을 잉태한 것은 우리의 분열 때문"이라며 "당장 아쉽고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도·보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1차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우리의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두가 뭉쳐 문재인 정권과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왼쪽 둘째) 책임대표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둘째) 대표를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통추위 대국민 보고대회에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현재 유 위원장 측과 통합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양측은 통합 신당 결성의 세부 조건을 놓고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일각에서는 "유 위원장에 지나치게 끌려간다"는 불만과 함께 유 위원장을 뺀 통합론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의 이날 언급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 두 갈래 기류를 향해 "조금씩 양보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저와 한국당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통합의 큰길로 가겠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또 다시 분열하면 역사에 또 다시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할 때도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인연이 맺어진다"며 "당장 아쉽고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그것이 우리가 발휘해야 할 참지혜"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지금 당장 우리가 싸워 이길 상대가 누구냐"라며 "조금 센 우파이냐, 아니면 조금 약한 우파이냐가 아니라, 우리의 상대는 문재인 정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구하는 데는 너도 없고, 나도 없다. 우리가 서로의 생각 존중하고 작은 차이를 메워가다 보면 멀게 느껴진 통합 길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통추위 대국민 보고대회에 새로운보수당에서는 하태경 책임대표가 참석했다. 황 대표 측과 통합 협상이 타결을 짓지 못한 만큼 일단 하 대표만 참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 대표는 인사말에서 "통합이 막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했다. 그는 "3원칙 중에 우리는 탄핵의 강을 넘은 사람은 포용할 준비가 됐고, 두 번째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야 국민들도 보수가 다시 태어났다 생각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유지하고 원칙을 어기려는 사람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잘 지켜서 통합에 이른다면) 문재인 정권의 정치꾼들을 상대로, 진정 국가 이끌어갈 사람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새보수당에 대한 탄핵 책임론을 거론하며 통합에 유보적인 한국당 일각의 흐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 대표는 또 "이 나라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은 항상 전진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지금 대한민국이 후퇴하는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며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 보수의 원조로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문민(文民) 민주주의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이 정권 사람들은 문민 민주주의가 친문민주주의 친문 독재주의로 변질시켰다"고 했다. 그는 "1987년 종로와 광화문, 시청 앞에서 독재타도를 위해 최루탄을 맞으며 싸웠는데 요즘 진짜 그러고 싶다"고 했다.

통추위의 한 관계자는 "황·하 두 사람이 통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통합 흐름을 거스르는 우파 일각의 역류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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