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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엄격해진 직권남용…양승태·조국 무죄 다퉈볼 여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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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지시가 있었느냐 외에 하급자 실행행위 위법 여부도 따져야

‘일선 판사 동향 파악 지시’ 범행구조 비슷한 사법농단 사건 영향

헤럴드경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부수석 등 7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 판결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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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대법원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특정 성향의 판사 뒷조사를 지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전 실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게 적용된 14개의 범죄 행위 중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선 직권남용을 인정하면서도 2개 행위에 대해서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다시 살피라고 했다.

재판부는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 임직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따라야 하는 원칙,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상급자가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했더라도, 이에 따라 하급자가 행한 일이 실제 ‘의무에 없는 위법한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소된 범죄 구조가 비슷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은 무죄를 다퉈볼 여지가 생겼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에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명단을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법원이 구체화 한 법리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이 심의관에게 지시한 40여개의 직권남용적 지시 중 실제 실행에 옮겨진 심의관들의 보고서 작성 행위 등이 법령이나 내부 규정에 어긋난 것인지 일일히 따져봐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중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만약 조 전 장관이 정권의 안위나 유 전 부시장을 봐주기 위한 지시를 했다면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이 지시에 따라 감찰을 중단한 게 법을 어긴 것인지를 별도로 따져야 하는 요건이 생겼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선고가 있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 사건처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있어 상급자는 직권을 남용했어도 하급자가 수행한 일이 의무에 없는 일이 아니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게 기본 법리”라며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는 이 중 하급자가 수행한 의무에 없는 일에 대한 판단을 기존의 법령과 내규 등에 비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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