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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영국'
영국이 31일(현지시간)부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한다. 유럽의회가 29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최종 승인하면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 지 3년 7개월 만이자, EU합류 47년만에 결별을 하게 됐다.
외신들은 EU와 영국 모두 큰 손실을 봤다면서 앞으로 EU는 국제적 위상이 크게 꺾일 것이고, 영국도 경제성장이 더뎌질 것으로 봤다.
이날 BBC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브렉시트 탈퇴협정을 찬성 621표, 반대 49표의 압도적인 찬성 아래 비준했다. 영국은 지난주 이 협정의 의회 승인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가를 이미 마쳤다.
표결을 마친 후 의회는 환호와 눈물이 교차했다. 의원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석별의 정)을 부르며 작별인사를 했고, 영국 측 유럽의회 의원들 일부는 "이건 영원한 작별이 아닌, 다시 만날 때까지의 가벼운 작별 인사"라고 아쉬운 마음을 밝혔다.
브렉시트가 이행되면 영국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73석은 사라진다. 이 가운데 27석만 다른 EU 회원국 출신 의원들로 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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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떠난 EU = 텍사스 없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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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브렉시트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EU가 영국을 잃은건, 규모, 거리, 존재감 등 여러면에서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것과 동일하다"면서 "EU가 큰 패배를 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EU 두번째 경제강국으로 EU 예산의 12%를 담당한다. EU는 영국의 탈퇴로 경제규모가 미국보다 작아질 뿐더러 벌써부터 영국의 빈자리로 인해 예산문제로 균열이 일고 있다.
브렉시트가 실현돼도 당장 변화는 없이 올해말까지 EU관세동맹 아래서 무역협상 등을 이어가는데, 500억 유로 규모의 무역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도 EU에게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2018년 기준 영국 수출의 45%, 수입의 53%를 모두 EU가 차지했다. NYT는 영국의 유럽 디커플링 기조를 볼 땐 교역의 상당 부분이 EU에서 미국 의존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다. 양측이 올해안에 무역협상에 실패하면 아무런 합의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있다.
난민 문제와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군사 안보 문제 등에서도 EU는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마크 레오나드는 "영국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던 만큼,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도 더 마찰이 많아질 것"으로 봤다.
프렌즈오브유럽의 폴 테일러는 "EU는 앞으로 무역, 기후변화, 방위 등 각 분야에서 예전보다 무게감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유럽은 더이상 하나로 뭉쳐 강해지자는 말이 안통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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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세상 속 외로운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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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은 '영국과 EU는 공존할 수 없다'는 협소한 시각의 승리"라면서 "영국은 슈퍼파워들이 득실거리는 험난한 세상에서 외로운 처지가 되는걸 자처했다"고 전했다.
EU는 27개 회원국, 4억5000만명의 인구가 세계 GDP의 18%를 책임지는 강력한 경제거인으로 남지만, 영국은 경제 순위가 중국, 일본 밑으로 떨어진다. 브렉시트 후 영국의 GDP는 5%포인트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영국은 이제 미국, 중국, EU 등 강대국들 사이에서 홀로 경쟁해야 한다"면서 "영국 내부에선 여전히 EU 잔류를 희망하는 이들과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들간의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는 등 영국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영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국은 미 정부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를 거부한 데 이어, 미국과 마찰을 빚는 터키와도 친밀한 사이를 맺고 있다. 이밖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란 핵협정 문제 등 여러곳에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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