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비핵심분야 허용" 보도
美 전면배제 지속적 압박에도
존슨, 對中 관계 무시 못한 듯
양국, FTA 체결 낙관하지만
디지털세-보복관세 불씨 여전
VOA "무역협정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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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5세대(G) 이동통신망 사업 과정에서 안보와 관련 없는 분야에 한해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한 궁여지책이지만 화웨이 전면배제를 요구해온 미국의 요구를 거스르는 조치인 만큼 예정된 영미 무역협상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에 따르면 영국은 28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화웨이 장비 허용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자리에서 조건부로 화웨이 사용을 승인할 예정이다.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화웨이 사용 배제를 요구해온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영국은 안보와 관련 없는 비핵심 분야에만 화웨이 제품을 승인하고, 화웨이에 시장점유율상한제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간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웨이의 5G 장비가 첩보행위에 이용되는 등 안보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영국에 화웨이 장비 배제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 13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런던에 특별팀을 파견해 ‘화웨이 부품 사용은 동맹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영국에 내각에 전달했다. 관계부처를 직접 방문해 브리핑을 진행한 특별팀은 “화웨이 부품 사용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화웨이를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영국이 화웨이 배제 결정을 내리지 않은 데는 당장 화웨이 외에 대안이 없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미국에 화웨이를 대체할 대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존슨 총리는 14일 영국 BBC와의 신년 인터뷰에서도 “한두 개 브랜드에 반대를 표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가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영국의 화웨이 사용을 반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결국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1년 가까이 요청했지만 전혀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통신업계의 입장도 반영됐다. 보다폰과 BT 등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영국 주요 통신사업자는 화웨이가 배제될 경우 수십억파운드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경고해왔다.
중국과의 관계도 작용했다. 중국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여기에 1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데 화웨이 배제 결정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국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디지털세 부과를 놓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화웨이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양국 갈등은 통상·외교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의 무역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미국과 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일단 미국 정부는 화웨이 문제를 무역협정과 연계하지 않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영국과의 무역협상을 연내 타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미 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의 화웨이 사용 승인이 무역협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미국의소리(VOA)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영국의 화웨이 관련 결정은 미국과의 무역협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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