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관리원 보고서…한국 속한 그룹 B명단도 '깜깜이'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이 수출통제제도에서 수출 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와 비(非)백색국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수출통제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일본의 제도에 오히려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주장이다.
27일 전략물자관리원이 내놓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수출통제 분야에서 아시아 내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이자 한국과 함께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참여한 나라이다.
일반적으로 수출통제제도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자국 법령에 반영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비슷한 형태를 지닌다.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을 특정하고 통제 목록에 반영해 수출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거래 상대방이 이를 우려할만한 용도로 전용(轉用)할 가능성이 있으면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식이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전략물자의 품목이나 예외적용 조건 등에서 체제의 합의사항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고 자국의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미세하게 조정되기도 한다.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시행령 공포 (PG) |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통제 업무 전반을 경제산업성이 총괄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이는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해 품목그룹 별로 허가 기관을 다르게 운용하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전략물자의 수출에 필요한 제출 서류와 심사 부처는 물품의 민감 정도, 목적지국가의 우려 정도에 따라 복잡하게 구분돼 있다. 민감도나 우려 정도가 높은 국가로의 수출은 경산성 본성에서, 그 정도가 낮은 수출은 각 권역에 있는 경제산업국이나 오키나와 소재 종합사무소에서 심사한다.
기본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품목, 전략물자는 각 수출통제체제의 합의를 거쳐 명확한 사양을 근거로 통제한다. 전략물자가 아니어도 무기 등의 제조, 개발, 사용 등의 목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캐치올'(Catch all) 통제를 적용한다.
일본은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것을 계기로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면서 수출지역을 A∼D그룹으로 구분했다. 이중 그룹 A가 기존의 백색국가이다.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참여하면서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국가 및 지역(그룹A 제외)'인 그룹 B로 강등됐다. 한국 외 어떤 국가가 그룹 B에 속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그룹 B의 조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서 수출통제의 기본 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구분됐다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3개 이상의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된 크로아티아, 멕시코, 러시아, 인도와 어느 체제에도 가입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홍콩, 싱가포르는 사실상 모두 같은 그룹 C로 구분됐다.
보고서는 "캐치올 제도의 온건한 이행이 그룹 A와 B 사이의 경계 기준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룹 B와 C는 구분 기준으로 제시한 '특정 요건'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그룹 구분에 있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려 용도로의 전용 예방이라는 수출통제 본연의 목적을 고려하면 A와 B의 경계뿐 아니라 B와 C의 경계 역시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에 근거하여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수출당국은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국장급 정책대화를 열고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일본은 같은 달 20일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심사와 승인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해 수출규제를 다소 완화했지만,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양국은 이른 시일 내 서울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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